[우리동네 로컬푸드] 춘천 친환경 농사계의 으뜸, '엄지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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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로컬푸드] 춘천 친환경 농사계의 으뜸, '엄지농부'

    • 입력 2020.10.01 00:01
    • 수정 2023.09.07 12:36
    • 기자명 조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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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 농민과 도시민이 상생하면서 먹거리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 지역 경제가 더욱 튼튼해질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로컬푸드’를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복사꽃 수레마을 엄지농부 농원. (사진=조혜진 기자)
    복사꽃 수레마을 엄지농부 농원. (사진=조혜진 기자)

    춘천시 동내면 사암리, 복사꽃 수레마을에 친환경 쌀농사부터 38개의 친환경 인증 채소를 재배하는 농부가 있다. '엄지농부' 지찬주·전명희 부부다. 지찬주 농부는 '으뜸'이라는 뜻에 걸맞게 현재 '춘천 친환경 농업인 연합회'의 회장도 맡아 친환경 농사에 힘쓰고 있다.

     

    왼쪽부터 전명희·지찬주 부부. (사진=조혜진 기자)
    왼쪽부터 전명희·지찬주 부부. (사진=조혜진 기자)

    엄지농부는 현재 약 4만5000㎡(1만3500평)의 논과 약 9200㎡(2800평)의 밭 농사를 짓고 있다. 친환경 쌀, 찹쌀을 비롯해 열무, 시금치, 알타리무, 얼갈이배추, 쪽파, 갓 등의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와 학교 급식으로 공급, 판매 중이다.

    친환경 재배에는 많은 제약이 따른다. 우선 노지재배는 이번 여름처럼 비가 많이 올 경우 작물이 망가지기 쉽다. 또 과채류는 병충해를 방지하기 위해 하우스 재배가 필수인데, 방충망으로 덮여있어 벌들이 들어오기 힘들다. 때문에 자가수정이 되는 작물만 키울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외에 호르몬제가 필요한 인공수정 작물들은 친환경의 목적에 어긋난다.

     

    엄지농부네 늦벼들. (사진=조혜진 기자)

    친환경 농사는 일반 농사에 비해 생산성도 낮다. 약 990㎡(300평) 논을 예로 들면 일반 농사에서는 5~6가마니가 추수되는데, 친환경 농사에서는 4~5가마니 남짓하다. 이에 대한 방편으로 그는 '육묘일수'를 한 달로 두고 있다. 모종을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다.

    물 온도가 섭씨 15도 이상이 되는 때에 모내기를 시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모의 성장속도도 빨라지고 거름의 질소와 인산가리까지 골고루 빨아들여 벼가 튼튼하게 자랄 수 있다. 또 우렁이의 움직임도 빨라져 병충해에 강한 벼로 자랄 수 있다. 애초에 병충해에 강한 벼종을 선택해 농사를 짓기도 한다. 올해는 '삼광1호' 벼를 심었고 앞으로는 '맛드림' 벼로 늘릴 계획이다. 

    그는 정부에서 친환경 농가들에게 나눠주는 규산질 비료를 한 번에 뿌리지 않고 매년 300평당 5포씩 뿌리고 있다. 유기물이 많은 논에는 벼가 쓰러질 우려가 있으니 적게 뿌리고, 적은 논에는 많이 뿌리는 식으로 조절한다. 마치 사람이 아침-점심-저녁 삼시세끼를 먹는 것처럼 규산질, 유박 등의 비료를 나눠서 주고 있다.

     

    막걸리로 만든 해충 트랩. (사진=조혜진 기자)

    엄지농부는 2014년에 시작된 명칭이다. 원래 돼지 축산업을 하던 '성아농장'에서 복숭아 농장을 거쳐 엄지농부가 됐다. 돼지 축산업은 동네 주민의 민원으로 접었고 복숭아를 키우면서는 동해로 인한 수지현상으로 막심한 피해도 겪었다. 마을 이장을 맡으면서 마을의 벼농사를 특화시키려는 목적으로 2011년부터 친환경 벼농사를 시작했다. 복숭아 농사를 접으면서 본격적으로 쌀농사 규모를 늘렸고, 복숭아 노지를 하우스로 변경해 채소들을 재배하기 시작했다. 

    춘천이 고향인 지찬주 농부는 농사를 짓기 전에 종묘사에서 근무했다. 이어 비료장사를 하던 중 부모님의 병환으로 병수발과 농사를 병행하게 됐다. 그는 "씨앗과 농약을 팔았던 경험으로 작물들의 생육일수를 알았기 때문에 친환경 농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친환경 농사는 연중계획서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 상세한 작기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우스에서 친환경 재배되는 채소들. (사진=조혜진 기자)
    엄지농부네 비닐하우스. (사진=조혜진 기자)

    작물을 다양하게 키우게 된 계기는 애초에 공급량이 적은 마트용 수량을 맞추고, 재배 시기에 국한되지 않고 연이어 공급하기 위한 방책이라 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하우스를 50평씩 끊어 상추, 고추, 열무, 쪽파 등을 재배하고 있다. 올 겨울에는 추위에 강한 토종작물인 달래, 냉이 등을 재배할 예정이다.

    엄지농부의 주력상품은 쌀이다. 또 다른 곡물류로 보리와 밀도 재배하고 있다. 노지 밭에 보리, 밀을 뿌린 후 모내기를 하고 6월 중하순쯤에 보리, 밀을 베고 2기작을 한다. 보리 자리에는 메주콩, 흰콩을 심고 밀을 벤 자리에는 양배추 등을 심는다. 보유하고 있는 9동의 하우스에는 돌아가면서 다양한 작물을 심고 있다. 여름에는 수요가 많은 열무를 심어 40일 만에 출하하고 그 이후에는 다른 작물로 바꾸는 식이다.

    엄지농부는 "친환경 쌀이라 판매 가격이 비싸지만 스스로 농산물의 가치를 낮추고 싶지 않아 적정 가격을 받고 팔고있다"고 했다. 현재 판매가는 10kg에 4만3000원 정도다. 다소 높은 가격임에도 쌀이 맛있기로 소문나 여기저기서 찾는 손님이 많다.

     

    싱그런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쌀. (사진=싱그런협동조합 사이트)
    싱그런협동조합에서 판매하는 쌀. (사진=싱그런협동조합 사이트)

    그는 농민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며 '싱그런협동조합'도 운영하고 있다. 쌀 가공공장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쌀 작목 반원들과 의기투합해 '푸른곡산'에 전량 수매를 대는 형태로 친환경 쌀을 판매하고 있다. 추후 학교 급식이나 가공식품으로 판매할 때는 도정공장에서 다시 사오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콩 작목반도 만들어 두부를 생산하고 학교 급식으로 판매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급식 판로 문제가 생겨 잉여 농산물이 많이 발생했는데, 이러한 잉여 농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가 찾은 답은 가공식품 생산이다. 앞으로는 고사리나 다른 채소 작목반도 늘려 반찬공장을 만들 계획도 있다.

    그는 여러모로 어려운 친환경 재배지만,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고객들로부터 '맛있다'는 연락이 올 때마다 뿌듯한 마음이 가득 든다고 했다.

    앞으로 그는 "쌀빵 만드는 기술을 익혀 마을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싶다"는 꿈을 밝혔다. 재배한 밀로 밀빵을 만들면서 쌀빵 기술을 익힐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재배한 친환경 쌀과 밀로 빵을 만들어 유치원 체험활동이나 간식거리로 공급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조혜진 기자 jjin1765@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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