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몸 사용설명서] 당신은 지금 ‘감정식사’를 하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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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몸 사용설명서] 당신은 지금 ‘감정식사’를 하고 있나요

    • 입력 2020.10.01 18:45
    • 수정 2020.12.08 11:48
    • 기자명 고종관 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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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종관 의학전문기자
    고종관 전 중앙일보 의학전문기자·보건학박사

    한가위 같은 명절에 가장 혹사를 당하는 인체기관은 어디일까요. 다름 아닌 위장입니다. 먹을거리가 풍부하다보니 입은 즐겁지만 위장으로서는 고달픈 연휴가 아닐 수 없습니다. 보통 사람의 위의 용적은 1L 정도라고 해요. 그러니 2L 정도면 대식가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그 이상으로 부풀리게도 할 수 있습니다. 풍선처럼 말이죠.

    초고도 비만인을 대상으로 위축소수술을 하는 의사 한 분은 “위가 비정상적으로 늘어나 골반까지 쳐진 여성의 X선 사진도 봤다”고 할 정도입니다. 위는 단단하고 질긴 근육층으로 만들어져 있죠. 그래서 식사량에 따라 자루처럼 늘어나거나 주먹만한 크기로 줄기도 합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음식을 많이 먹는 대식가는 이렇게 꾸준히 위장을 늘려온 결과입니다.
     
    위는 이렇게 주인에게 큰 불만 없이 충직하게 소임을 다하는 기관입니다. 위가 늘어나면 필요 이상으로 많이 먹어야 만족한 경험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는 위장 탓이 아닙니다. 포만감을 느끼는 부위가 뇌이기 때문입니다. 배가 고플 때 뇌는 그렐린이라는 식욕촉진호르몬을, 배가 부르면 렙틴이라는 식욕억제호르몬을 분비해 식사량을 조절합니다. 위가 늘어나면 그 면적만큼 식욕촉진호르몬이 더 나와 과식을 한다니 결국 만족을 모르는 뇌가 문제로군요.

    이렇게 충성스런 기관도 때론 파업을 시도합니다. 위는 맷돌처럼 음식을 잘게 갈아주는 수축과 연동운동을 20초 간격으로 1분에 3회 정도 계속 반복합니다. 그런데 중노동을 강요하면 근육이 피로감으로 운동을 멈추는 것이지요. 이때 사람들은 ‘헛배가 부르다’, ‘체한 것 같고, 더부룩하다’, ‘신트림이 나고 메슥거린다’고 증상을 호소합니다. 이때 검사를 받아도 별다른 이상이 없다면 위가 ‘기능성 위장장애’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반복되는 과식은 또 다른 질환을 부릅니다. 요즘 흔한 ‘역류성 식도염’이죠. 위와 식도 사이의 괄약근이 약해지면서 소화 중인 음식물이 거꾸로 올라오는 질환입니다. 위액의 pH가 2정도로 강산성이니 식도가 타는 듯하고, 심하면 식도점막이 손상돼 염증을 일으킵니다. 특히 기름진 음식이나 야식 후 소화가 안 된 상태에서 잠자리에 들면 증상이 악화됩니다. ‘밥을 먹고 금방 누우면 소가 된다’는 속담은 바로 역류성 식도염을 경계하는 말이 아닐까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식사량이 많아지면 췌장이 바빠집니다. 췌장은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을 만드는 공장입니다. 인슐린은 포도당이라는 연료를 세포에 넣어주는 촉매제인데, 고칼로리 음식이 쏟아져 들어오니 췌장에 과부하가 걸리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때 불량인슐린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되면 포도당이 세포로 들어가지 못하고 혈관을 떠돌겠지요. 이를 당뇨병의 전단계인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표현을 하죠. 설탕물처럼 걸쭉한 혈액은 결국 모세혈관부터 막기 시작해 당뇨병성 망막증, 족부궤양, 콩팥병, 심장병, 뇌졸중이라는 합병증을 야기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왜 사람은 균형 잡힌 식사에 실패하는 것일까요. 이를 설명하는 것이 ‘감정식사(Emotional Eating)’입니다. 음식을 먹는 행위가 위를 채우거나, 칼로리를 공급하기보다 ‘포만감’이라는 뇌를 만족시키는 행위라는 것이지요. 우울하거나 화가 나면 음식이 당기고, 여럿이 식사를 하면 평소보다 더 많이 먹는 현상이 좋은 예입니다. 라면이나 과자광고를 보면서 입맛을 다시는 것은 시각적인 효과가 감정식사에 영향을 주는 단적인 증거입니다. 심지어 냄새나 맛에 잘 반응하는 사람은 쉽게 허기를 느끼고, 공복과 관련된 생리적 반응이 강하면 뚱뚱해질 수 있다는 이론을 제시하는 과학자도 있습니다. 

    이러한 감정식사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는 감정식사에 대한 이해입니다. 내 몸이 원하는 것이 칼로리를 채우기 위한 ‘진짜 배고픔’인지, 아니면 정서적 욕구를 충족하는 ‘가짜 배고픔’인지 스스로 질문하는 것입니다. 하루 필요한 열량 이상을 습관적으로 먹는 사람은 대체로 이렇게 감정식사를 한다고 봐야 합니다. 

    둘째는 식기 크기를 줄이는 것입니다. 그릇이 크면 음식을 더 많이 먹는다고 하지요. 실제 미국의 마트나 식당에 가면 식품의 개별 포장단위가 크고, 1인분의 양이 우리보다 많은 것에 놀랍니다. 그만큼 고도비만 환자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지요.

    셋째는 천천히 식사하는 것입니다. 음식을 조금씩 나눠 먹고, 재료의 질감과 향을 느낍니다. 씹는 동안 수저를 내려놓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뇌가 포만감을 느끼는 데는 15분이라는 시간차가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서적 불만이나 허전함을 다른 방식으로 충족시킵니다. 음악듣기, 사색이나 명상, 반려견과 놀아주기, 탕욕으로 심신 이완하기 등 자신을 위로하는 방법은 주변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습니다.

    요즘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우울감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이런 ‘코로나 블루’ 상황에선 위를 채우기보다 마음을 채우는 ‘Mindfull Life’를 실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건강 장바구니>

    위가 좋아하는 식품 고르기

    : 마에 있는 점액질이 위의 점막을 보호해줍니다.
    양배추: 위염・위궤양이나 역류성식도염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 소화효소가 많이 들어있어 속을 편하게 합니다.
    브로콜리: 셀레늄, 베타카로틴과 같은 항산화물질이 위암을 예방해 줍니다.
    단호박: 비타민A와 미네랄이 풍부하고, 위를 따뜻하게 하는 성질이 있습니다.
    : 식물성 단백질이 풍부하면서도 소화가 잘돼 위염・위궤양 환자에게도 추천합니다.
    사과: 펙틴이라는 성분이 위장점막을 보호하고, 장운동을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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