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암호 희생자, 그들 모두가 '의인(義人)'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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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암호 희생자, 그들 모두가 '의인(義人)'이었다

    -춘천시, 16일 사고 당시 현장 CCTV 공개
    -경찰정, 환경감시선 전복 상황 그대로 담겨
    -경찰정은 보트 보호, 환경선은 경찰정 구하려다 전복 추정
    -시, "기간제 근로자 장례 춘천시장(葬) 엄수 등 최대 예우"

    • 입력 2020.09.17 00:02
    • 수정 2021.05.12 14:41
    • 기자명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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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6일 5명의 사망자를 낸 춘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의 모습이 담긴 CCTV가 공개됐다. 16일 춘천시가 공개한 영상에는 최초 하류로 내려오는 민간업체 고무보트를 보호하기 위해 접근하다 수상통제선에 걸려 전복된 경찰정의 모습이 확인됐다. 또 물에 빠진 춘천시청 주무관을 업체 보트가 태우는 장면, 경찰정을 구조하기 위해 접근한 환경감시선이 전복되는 모습 등 서로를 구하기 위해 의로운 사투를 벌였던 모습이 생생히 담겨 있었다.

    그래픽=박지영 기자
    그래픽=박지영 기자

     

    ◇ "서로 구하려다..." 사고의 재구성

    춘천시가 공개한 영상은 사고 지점 바로 앞인 삼악산매표소에 설치된 CCTV 영상과 사고 지점에서 2km 가량 떨어진 곳에 놓인 수상경기장 CCTV 녹화 영상 등 2개다.

    사고의 정황이 자세히 담긴 것은 삼악산 매표소 CCTV에 녹화된 영상이다. 영상을 확인한 결과, 사고는 불과 1분 10여초 만에 일어났다.

    영상 시작부터 강변에 설치됐던 수상통제선이 갑자기 밑으로 쳐지는 모습이 확인된다. 춘천시는 이것이 떠내려온 인공수초섬이 통제선에 걸렸거나 수초섬과 수상통제선을 인위적으로 연결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뒤이어 수초섬이 나타나고 영상 10초쯤부터 업체보트가 하류로 급히 내려오는 모습과 경찰정이 따라 내려오는 모습도 포착됐다. 영상 20초쯤 수상통제선이 물보라와 함께 튕겨지는 모습이 보이고 튕겨진 수상 통제선이 경찰정을 가격, 전복되는 모습이 확인된다.
     

    춘천시가 지난달 6일 발생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 당시 CCTV 영상을 사고 발생 42일 만인 16일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은 경찰정 전복 당시 모습(빨간 원)과 앞서 떠내려 가던 민간업체 고무보트(노란 원) 모습. (사진=춘천시 제공 CCTV 영상 캡쳐)
    춘천시가 지난달 6일 발생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 당시 CCTV 영상을 사고 발생 42일 만인 16일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은 경찰정 전복 당시 모습(빨간 원)과 앞서 떠내려 가던 민간업체 고무보트(노란 원) 모습. (사진=춘천시 제공 CCTV 영상 캡쳐)

    영상 38초쯤 업체 보트가 갑자기 속도를 늦춰 경찰정에 밀착하는 모습이 보인다. 시는 이 모습이 사고로 숨진 이모(32) 주무관을 태우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그 사이 환경감시선이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하류로 접근하다 전복, 사람들이 물에 빠진 모습이 확인된다. 1분 12초쯤 환경감시선이 또 다시 뒤집히는 모습이 잡혔다. 이후 2분 10초쯤 행정선이 침몰된 채 떠내려오는 환경감시선에 접근하는 모습이 보인다. 시는 해당 장면이 자력 탈출한 안모(60)씨를 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영상은 이후 행정선이 신연교 하부까지 접근하면서 구조활동을 벌이는 모습이 확인되며 마무리됐다. 또 다른 영상인 수상경기장 CCTV 영상에는 인공수초섬 고박 작업을 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영상에 담긴 정황상 이들은 모두 서로를 구하려다 참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춘천시 관계자는 “사고 직전 선박들이 의암스카이워크 부근에서 수초섬 고박작업을 포기하고 철수하는 상황이었고 이때까지만 해도 모두 안전한 철수가 가능했다”며 “이때 민간업체 고무보트가 의암댐 위험구역으로 들어가자 경찰정이 보호하려 접근하다가 수상통제선에 맞아 전복됐고, 기간제근로자가 탄 환경선도 철수 중 이 상황을 보고 뱃머리를 돌려 구조하러 가다가 역시 수상통제선에 걸려 전복됐다”고 설명했다.

    ◇춘천시 "사망·실종 근로자 최대 예우"
    이날 춘천시는 사고를 당한 기간제 근로자 등 현장에 있던 모든 이들의 의로운 희생을 기억하기 위해 CCTV를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5일 의암호 선박 전복사고 마지막 실종자인 춘천시청 기간제 근로자 A(57)씨 가족은 기자회견을 통해 수색을 종료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공포스러운 물살 속으로 의연히 돌진하셨던 다섯 분의 숭고한 희생과 사랑을 꼭 기억해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에 춘천시는 이번 사고로 숨지거나 실종됐던 기간제 근로자의 장례를 '춘천시장'(葬)으로 치르는 등 최대의 예우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이미 기간제 근로자 가족분들에게 보상을 포함한 예우 종류와 절차를 안내했다"며 "가족들의 뜻이 결정되면 보상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춘천시가 지난달 6일 발생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 당시 CCTV 영상을 사고 발생 42일 만인 16일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은 환경감시선(원 안) 전복 당시 모습. (사진=춘천시 제공 CCTV 영상 캡쳐)
    춘천시가 지난달 6일 발생한 의암호 선박 전복 사고 당시 CCTV 영상을 사고 발생 42일 만인 16일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은 환경감시선(원 안) 전복 당시 모습. (사진=춘천시 제공 CCTV 영상 캡쳐)

    또 "시 자체적으로 의암호 선박사고 위로금 지원 조례를 제정해 별도의 예우가 가능토록 하겠다"며 "가족들 간 협의가 이뤄지면 춘천시장으로 합동 영결식을 엄수, 시민들이 함께 추도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간제 근로자 등 작업 현장 개선도 약속했다. 시는 "이번 사고의 모든 것을 정리해 교훈으로 삼을 백서를 만들 계획"이라며 "뼈를 깎는 자기 성찰과 반성으로 기초부터 다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6일 오전 11시 34분쯤 춘천시 서면 의암댐 상부 500m 지점에서 인공 수초섬 결박 작업에 나선 민간 고무보트와 춘천시청 환경감시선, 경찰정 등 선박 3척이 전복되면서 총 8명 중 1명은 자력 탈출, 1명이 구조됐다. 5명은 숨진채 발견됐고 나머지 실종자 1명은 찾지 못하고 있다.

    [윤왕근 기자 wgjh6548@mstoday.co.kr]/ [영상편집=김나연 기자 nanas0416@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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