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형의 방랑식객] 춘천 중식당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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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의 방랑식객] 춘천 중식당 ‘란’
  • 객원기자
  • 승인 2020.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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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즐겨 듣던 음악을 듣게 되면 그 시절의 나, 그때의 기억들이 떠올라 추억하게 된다. 누구나 과거로 돌아간다면 이렇게 할텐데 하는 생각을 하겠지만 현실적으로 과거에 다가가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추억과 회상 뿐이다.

음식도 그렇다. 과거의 추억 속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음식은 과거에 닿게 되는 매개체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기억을 더듬는 계절인 가을을 맞아 나는 중화요리에 매료된 시절에 먹었던 요리를 다시 먹어보고 싶어져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란’을 방문했다.

대중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메뉴 이름이 나에게는 빛나듯 느껴졌다. 추천 메뉴 뿐만 아니라 모든 메뉴에 한글 설명이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아쉬운 마음이 들긴한다. 이곳에서의 아쉬운 점은 이 한 가지가 끝이다.

방문 당일은 퇴근 후 피로가 쌓인 상태였기에 은은한 향과 맛을 제대로 음미하기 어려운 컨디션이었다. 나를 매료시켰던 고추기름과 간장으로 주철 프라이팬에 표향해 만든 불향이 간절했다. 이번에 시킨 메뉴는 ‘어향화고’와 ‘X.O 소스 새우볶음밥’, ‘간짜장’이다.

 

어향소스로 조린 '어향화고'. (사진=이준형 객원기자)
어향소스로 조린 '어향화고'. (사진=이준형 객원기자)

첫 번째로 어향화고가 등장했다. 밑간이 된 다진 새우살을 표고버섯으로 감싼 후에 튀겨 어향소스로 조린 요리다. ‘어향’은 지역에 따라 만드는 방법에 차이가 있으며 모태가 되는 종류는 ‘두반어향’ ‘호유어향’ ‘토마토어향’ 3가지다. 한국에서는 ‘호유어향’ 베이스에 매운맛이 가미된 맛이 표준으로 자리 잡혀있다. 한국 사람들이 선호하는 맛이 배합된 맛이며 이맛이 지금 중화요리 흐름에 가장 알맞기 때문일 것이다.

쉽게 말해 달고, 짜고, 매운 맛이 적절하게 섞여 있는게 요즘 중식에서 유행이다. 그러나 ‘란’의 어향소스는 달지 않다. 아주 맵지도 아주 짜지도 않다. 깐풍에 가까운 소스에 여러 가지가 가미된 맛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균형 있는 맛이다. 완벽한 맛의 균형에 그을린 간장 향은 완벽한 중화요리라고 할 수 있겠다. 표고와 새우 어느 것도 해치지 않는 자기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중요한 업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부하 직원 같은 맛을 낸다.

주인공인 표고완자는 어땠을까. 표고버섯은 쫄깃하다. 새우도 쫄깃하다. 두 재료가 같은 특성을 다르게 나타내고 있어 서로 다른 쫄깃함이 굉장히 재미있고 다채로운 맛을 낸다. 여기에 어향소스와 어우러지니 균형 있는 근육질의 운동선수와 같은 느낌이다. 정성스럽고 완성도가 아주 높다.

 

X.O 소스 새우볶음밥. (사진=이준형 객원기자)
X.O 소스 새우볶음밥. (사진=이준형 객원기자)

이제는 식사를 접해볼 차례. 꼬냑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술을 X.O 라고 칭한다. X.O 소스는 말린 조개류, 생선류 등 감칠맛이 아주 강한 재료들을 배합해 만든 최고급 소스로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비싼 가격과 높은 품질이라는 의미에서 X.O 라는 이름이 붙었다. X.O 소스를 기반으로 새우가 곁들여진 볶음밥은 밥짓기, 볶음상태 균형, 간으로 봤을 때 정말 훌륭했다. 고추기름이 과하지 않고 향긋하게 다가왔고 함께 주는 짜장소스와 곁들여 먹어도 잘 어우러졌다.

 

간짜장. (사진=이준형 객원기자)
간짜장. (사진=이준형 객원기자)

간짜장은 일반적인 짜장처럼 육수나 물이 첨가되지 않고 강한 불에 물기 없이 빠르게 볶아낸 짜장이다. 물기가 생기지 않으면서도 재료의 맛을 살려야 하기 때문에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다. 어느 중식당이나 짜장은 기술자가 만들기 마련이다. 이곳의 간짜장은 기본기가 아주 충실했고 느끼하지 않으면서도 돼지고기향이 감도는 짜장다운 짜장이었다. 

현대자동차의 아반떼가 Super Normal(슈퍼 노멀)을 슬로건으로 만든 TV 광고를 처음 봤을 때 굉장히 많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는데 ‘란’은 기본기가 충실하면서도 중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나 처음 접하는 사람도 만족시킬 만한 수준급 중식당이면서도 굉장히 모던하고 캐쥬얼하다. 지저분하고 느끼하기만 한 음식으로 중화요리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식사를 해봤으면 좋겠다.

/이준형 글쓰는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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