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소상공인] “‘감동스시’는 팔수록 적자”…춘천 ‘황종안 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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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소상공인] “‘감동스시’는 팔수록 적자”…춘천 ‘황종안 스시’

    춘천에서 맛보는 일본 정통 스시의 맛
    코로나 이후 매출 증가…‘맛·서비스’ 때문
    “더 맛있고 건강한 스시로 보답할 것”

    • 입력 2020.09.12 00:01
    • 수정 2023.09.07 12:36
    • 기자명 신초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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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지역경제의 근간인 소상공인들을 응원하고 이들이 골목상권의 주인공으로 설 수 있도록 연중 캠페인 ‘우리동네 소상공인’을 기획, 보도합니다. <편집자>

    음식은 실력에 따라 맛이 극명하게 갈린다. 초밥은 더욱 예민하게 손맛을 타는 음식 중 하나다. 신선한 회는 필수조건인데다 밥알의 개수 등 각 재료의 비율과 온도가 조금이라도 어긋날 경우 만족스러운 맛을 내기 어렵다. 3년 전 춘천에는 일본 정통 스시의 맛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생겼다. 홍보 없이 신선한 식재료로 최상의 맛을 낸 덕에 입소문만으로 지역을 평정할 듯한 기세로 성업 중인 ‘황종안 스시’가 있다.

     

    (사진=신초롱 기자)
    춘천 거두리에 위치한 황종안 스시. (사진=신초롱 기자)

    20대 중반에 시작했던 초밥 푸드트럭이 요식업의 첫걸음이었다는 황종안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올라와 19살 때부터 일식 요리사의 길을 걷고 있다. 연고도 없는 서울의 작은 고시원이 유일한 안식처였던 황 대표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마음을 다잡으며 수년의 세월을 보냈다. 여기서 무너지면 인생이 끝난다는 말을 속으로 되뇌이며 ‘악바리’가 돼야만 했던 황 대표는 피나는 노력 끝에 남들보다 일찍 직책을 맡게 됐고,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일식집들을 거쳐 오늘의 ‘황종안 스시’를 탄생시켰다.

    33살 때까지만 해도 종교 없이 살았던 황 대표는 담배와 술을 굉장히 많이 즐겼고, 성격 또한 강했던 사람이었다. 우연한 계기로 전도를 받으면서 그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어린 시절 막내였지만 어머니와 누나를 책임져야 했다는 그는 “초점을 바꾸니까 삶이 달라지더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에게는 내세울 게 아무것도 없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즐거운 모습으로 인터뷰에 답변하고 있는 황종안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즐거운 모습으로 인터뷰에 답변하고 있는 황종안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현재의 삶이 너무 행복하다고 밝힌 황 대표는 식당 운영은 그저 먹고 살려고 하는 것일 수 있는데 관점 자체가 바뀌다보니 너무 기쁘다고 털어놨다.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감동스시’다. 샐러드, 우동, 데마끼와 스시 7개로 구성된 이 메뉴는 단돈 1만원이라는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제는 팔면 팔수록 적자가 나는 상황이지만 황 대표는 가격 인상 계획이 전혀 없다. 그는 TV 프로그램을 보던 중 전라도에서 1000원 백반집을 운영하는 아주머니를 보고 감동과 충격을 받았던 그때를 회상하며 “각박한 세상에서 어떻게 저런 분이 계실까 싶었다”며 “나중에 그럴 여건이 된다면 꼭 해야겠다고 다짐한 계기가 됐고, 그렇게 시작된 게 감동스시다”고 말했다.

     

    (사진=신초롱 기자)
    샐러드, 우동, 데마끼와 스시 7개로 구성된 '감동스시' (사진=신초롱 기자)

    적자를 보더라도 푸짐하고 맛있는 스시를 대접하고 싶다고 밝힌 황 대표는 “감동스시 메뉴는 아무리 원가 상승이 있더라도 황종안 스시가 폐업할 때까지 인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물론 처음부터 감동스시가 지금처럼 푸짐한 구성이었던 것은 아니다. 황 대표는 “어떻게 하면 맛있고 푸짐하게 할 수 있을지 지금도 고민 중이고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고객들은 이해하지 않겠냐는 질문에 황 대표는 “그것과는 상관없다”며 “전라북도 식당 어머니도 백반 한 그릇을 1000원에 받는데 남겠냐”고 되물었다. 이어 “분명히 자기 소비를 줄이고 수익을 줄이며 운영을 하는 것”이라며 “고객들 중에는 주머니 얇으신 분들도 계실텐데 부담없이 마음껏 드실 수 있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몇 달 전부터 더욱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기 위한 고민 끝에 식초를 직접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황 대표만의 레시피로 만든 발효식초는 숙성 과정에 있다. 이에 오는 12월부터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초밥을 맛볼 수 있다.

     

    위생모와 마스크를 착용 중인 황종안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위생모와 마스크를 착용 중인 황종안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사진=신초롱 기자)
    초밥을 만들고 있는 황 대표. (사진=신초롱 기자)

    황종안 스시에는 또 다른 특별한 맛이 숨어있다. 활어를 다시마로 숙성시켜 회로 제공하기 때문인데, 다시마를 이용한 숙성회는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찰진 식감과 감칠맛이 뛰어나다는 특징을 가진다. 광어 지느러미를 비법 간장에 재운 뒤 겉면만 살짝 익혀 제공하는 것과 참치 소스를 이용한 참치 스테이크도 메뉴에 포함돼 있다. 우동도 비법 간장으로 깊은 맛을 낸 육수로 요리, 남다른 맛을 자랑한다.

    황 대표는 초밥이 맛있으려면 신선한 회는 기본 중 기본이지만 그 중에서도 ‘밥’이 생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 좋은 쌀은 물론이고, 황종안스시만의 특별한 비법이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손님이 줄어 울상인 요식업계가 대부분이지만 황 대표는 표정이 밝았다. 오히려 매출이 더 올랐다고 한다. 포장 고객이 늘었기 때문인데 그저 감사할 뿐이라며 머쓱해했다. 홍보 없이 시작한 장사이기에 처음부터 고객이 많았던 것은 아니다. 특이한 점은 ‘술’을 전혀 팔지 않는다는 것. 이 같은 이유로 오셨다가 발걸음을 뒤로하는 고객들도 있었지만 맛으로 인정받게 되면서 이곳은 어느새 동네의 대표 맛집으로 등극했다.

    지역 내에서 유명세를 떨치다보니 수입은 자동으로 따라올 것 같은 이곳의 매출은 어느 정도일까. 황 대표는 “돈을 벌긴 하지만 많지는 않다. 식재료들의 원가가 높으니까 수입이 제로일 때가 있다. 감동스시는 팔 때마다 적자다. 이것만 팔면 아마 망했을 것”이라며 웃었다. 감동스시 외 다른 메뉴들이 이윤을 채워주다보니 밸런스가 맞아지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200개 이상의 블로그 리뷰는 고객들이 남긴 ‘리얼(Real)’ 리뷰다. 맛과 서비스에 감동한 이들의 생생한 후기를 볼 수 있다. 특선 모듬초밥 12개와 황새치 1개, 소고기 초밥 1개로 구성된 ‘황종안 스시’는 푸짐하고 먹음직스러운 구성으로 보는 이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이로 인해 이곳은 한 번도 오지 않은 손님은 있어도 한 번만 올 수 없는 곳이 됐다.

     

    황종안스시. (사진=신초롱 기자)
    황종안스시. (사진=신초롱 기자)

    찾아주시는 고객이 늘면서 웨이팅을 해야 하는 상황이 기쁘기보단 오히려 죄송하다고 말하는 그는 “사실 이 공간이 초밥집 치고는 좁은 게 아니어서 다 채워질까 싶어 대기석을 작게 마련했는데 줄을 서야 하는 상황이 오니 죄송한 마음을 많이 느낀다”며 확장이전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아직 이전될 장소가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테이블 간격을 넓혀 고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편하게 드실 수 있게 하고 싶다”며 “주차공간도 여유있고, 대기실도 아늑하고 넓게 만들어 안마의자도 넣고 싶다”고 덧붙였다.

    거듭 신앙과 일식 빼고는 내세울 게 없다고 밝힌 황 대표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목표를 묻자 “춘천 시민들을 사랑으로 섬기면서 더 맛있고 건강한 스시로 끝까지 황종안 스시를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초롱 기자 rong@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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