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싹쓰리 신드롬’은 어디서 나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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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싹쓰리 신드롬’은 어디서 나왔나?

    • 입력 2020.08.04 09:20
    • 수정 2020.08.04 11:20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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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싹쓰리(SSAK3) 신드롬이 엄청나다. MBC ‘놀면 뭐하니?’에서 선보인 혼성 댄스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와 듀스의 ‘여름 안에서’의 커버곡 뿐만 아니라 멤버들의 솔로곡까지 음원차트를 싹쓸이하고 있다. 

    지난해 여름에는 이례적으로 발라드 곡들이 음원 상위권을 독차지 했다. 이에 가요계의 해묵은 숙제인 음원 사재기 논란이 나왔다. 하지만 싹쓰리의 활약으로 다시 댄스곡이 올 여름을 달구고 있다.

    싹쓰리 신드롬은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글로벌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달 25일 데뷔 무대를 가진 싹쓰리의 음원은 국내 음원사이트를 넘어 홍콩, 타이완, 마카오, 싱가포르 등 아시아권과 미국까지 해외 45개국 차트에 진입하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홍콩에서는 차트 1위까지 기록했다. 한한령이 작동하던 중국에서까지 인기다. 유튜브를 통해 공개된 ‘다시 여기 바닷가’ 뮤직비디오는 3일 밤 현재 546만 뷰를 돌파했다.

    물론 유재석(유두래곤) 이효리(린다G) 정지훈(비룡) 등 ‘거물급’이 합세한 덕을 보고 있다. ‘천재 예능 PD’ 김태호의 연출력도 한몫한다. 하지만 방송 힘만으로 이런 신드롬이 만들어진 건 아니다. 여러 가지 상황과 기획들이 잘 맞물려 시너지, 즉 포텐이 터지고 있다.

    싹쓰리를 기획한 김태호 PD도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다. 유재석 이효리 비, 세 분이 지금 상황에 대해 공감해준 게 컸다. 운도 좋았고. 올 여름은 지금까지의 여름과는 다르지 않나. 근심 걱정을 날려보자는 의미가 시청자분들에게도 잘 받아들여진 것 같다”고 신드롬을 설명했다.

    이효리의 남편인 이상순이 작곡하고 이효리(린다G)와 지코가 작사한 ‘다시 여기 바닷가’는 익숙한 코드와 좀 더 복잡하고 어려운 코드가 한께 들어가 음악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또한 배영(背泳) 춤을 곁들이는 훅 파트 ‘지난 여름 바닷가, 너와 단둘이’가 중독성을 유발시킨다. 어깨를 흔들며 팔을 들고 춤까지 따라하고 싶을 정도다.

     

    “지금 상황이 판타지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물론 여행이 판타지일 수 있지만, 다시 코로나 이전 상황으로 돌아가기는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과 맞물려, ‘다시 여기 바닷가’의 가사들도 와닿게 되는 것 같다.”

    ‘다시 여기 바닷가’는 90년대 레트로 감성이, 현재진행형인 유재석, 이효리, 비와 만나 효과를 거두고 있다. 거기에 BTS의 뮤비를 계속 만들어온 룸펜스의 세련되고 감각적인 뮤직비디오까지 결들여졌으니 힘이 배가됐다.

    무엇보다 유재석 이효리 비의 역할이 크다. 이들의 티격태격 케미가 재미를 주고있다. 출연자들의 멘트가 튄다. 이효리가 비에게 “꼴보기 싫어”라고 말할수록 더욱 재미있다. 그러면 유재석도 비를 한번 놀린 후 상황을 정리해준다.

    이효리의 엄마는 이효리에게 “비에게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만, 비는 이효리에게 구박을 받을수록 인기가 올라갔다.

    비는 군복무 중 과도한 외출과 휴가 문제가 불거졌고, 제대후 발표한 ‘깡’의 과도한 콘셉트는 젊은 세대의 조롱성 놀이 문화인 밈(MEME) 현상으로 인지도가 올라가고 있었다. 비는 누가 눌러줘야 할 때였다. 그렇지 않다면 “너나 잘해”라는 소리가 나올만했다.

    비가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 유닛’에서 참가자들에게 훈화교욱을 실시하는 모습도 그리 보기 좋은 그림이 아니었다. Mnet ‘I-LAND(‘아이랜드’)에서 프로듀서를 하는 장면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이효리가 비를 눌러버리는 역할을 자임했다. 

    이효리는 비에게 “아이돌 멘탈 케어를 담당하냐. 네 멘탈이나 잡아라”라고 말한다. 틈만 나면 비에게 “꼴보기 싫어”라고 말해 비의 캐릭터 ‘섭섭이’가 만들어졌다. 비도 틈만 나면 “이러면 섭섭하지” 하며 응수한다. 예능에서는 상황속에서 자연스럽게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것만큼 좋은 건 없다. 비도 39살 아저씨 임에도 철저한 몸관리를 해왔고, 누나와 형에게 당하는 콘셉트는 대중에게 큰 점수를 얻게 한 요인이다.

    흥미로운 것은 비 팬들도 이런 사실을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효리가 자신의 SNS에 비(비룡) 팬클럽 ‘월드 클라우드’에서 받은 편지를 공개했는데, 그 편지에는 “막내 ‘비룡’ 구박 시 은근히 대리만족 느낍니다. 모죠 ㅎㅎ 효리 언니밖에 그렇게 해 줄 사람 없어요. 언니의 구박 속에 ‘꼴뵈기 싫어’ 속에 싹트는 비룡의 인기입니다. 힘든 시기에 월드 곳곳에 웃음 선사해주신 린다 언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써있다.

     

    김태호 PD는 “어디서도 보여준 적 없는 케미다. 비에게 ‘꼴 보기 싫다’고 말하는 사람은 이효리 씨 뿐이다. 하지만 다들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비가 막내 노릇하는 곳은 여기밖에 없을 것이다. 각자 말을 너무 잘하니 비 씨가 멘트를 못치고 들어올 정도”라면서 “워낙 방송의 고수들이라 촬영하기가 좋았다. 우리 스태프들도 재밌게 놀았다”고 전했다.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와 93년도 이현도가 작곡한 듀스의 노래 ‘여름안에서’ 등 90년대 정서만 있는 게 아니라 새로운 느낌도 적절하게 가미했다.

    “90년대, 2000년대초 등 그때의 감성과 요즘 감성을 적절히 믹스했다. 출연자들을 통해 당시 뮤비 기법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또 룸펜스의 콘티에 우리가 참여한 부분도 있다. 멤버 각자의 예전 느낌의 소품을 넣기도 하고, 우리가 앞으로 하고싶은 것들도 넣어봤다. 세 분이 각자 90년대와 2000년대를 살아본 입장에서 바라보다보니 서로 티격태격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는 것 같다.”(김태호 PD)

    이 같은 싹쓰리 신드롬에 대해 혹자는 ‘가요계 포식자’라거나 ‘가요계 교란’을 얘기하기도 하지만, 신선한 자극제 내지는 촉진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전체 음원의 사용량이 크게 늘었다. 음원차트 50위내에 든 곡들의 사용량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코요태는 싹쓰리 데뷔 후보곡인 ‘아하’로 오는 8월 2일 컴백했다. 김 PD는 “싹쓰리가 방송을 타니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음악 소비 파이가 더 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싹쓰리는 스토리가 별로 없는 아이돌 그룹 위주에서 나이가 좀 더 있는, 인생을 조금 더 살아본 사람들이 뭉친 그룹이다. 90년대, 2000년대초만 해도 가요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혼성그룹도 지금 하니 새롭다. 최근 혼성그룹은 DSP 미디어가 내놓은 K.A.R.D 정도다.

    “코로나 상황이 좋아질 것 같아, 여름날 한바탕 놀아보자가 애초 기획의도였다. 하지만 예상한 만큼 상황이 좋아지지 않아 화려하게는 못하고, 조금만 하고 마무리하려고 한다. 한여름 밤처럼 달콤하게 짧게 즐기고 끝내야 할 것 같다. 코로나가 끝나는 상황이면 훨씬 더 재밌게 놀 수 있었을 것이다.”

    현실과 상황과 함께 하는 김태호 PD의 이 말은 항상 높은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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