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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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로마의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 객원기자
  • 승인 2020.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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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 및 바티칸시국에는 전세계 로마 가톨릭 신자들의 주요 순례지로 꼽히는 성당이 4곳이 있다. 하나는 기자의 전 역사여행 기고문에서 다룬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라테라노 대성당, 성 바오로 대성당, 그리고 이번 기고문에서 다룰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이다.

사실 굳이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이 네 성당은 건축예술과 미학적인 측면에서 시대를 초월한 명승지로 손꼽히는 만큼 종파와 국적을 불문하고 수많은 관광객들의 주요 행선지이기도 하다. 

 

광장에서 찍은 산타 마리아 미조레 대성당의 모습.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광장에서 찍은 산타 마리아 미조레 대성당의 모습.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이 정확히 언제 건축됐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다만 가톨릭 전승에서는 서기 352년경 리베리오 교황 치세에 교황과 한 귀족 부부의 꿈에 성모마리아가 발현해 눈이 수북히 쌓여있는 곳에 성당을 세우라는 계시를 들었고, 그 계시에 따라 성당을 세운 것에서 그 기원을 찾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 대성당이 세워진 것은 5세기경인 교황 첼레스티노 무렵으로 추정되며, 그 이래로 중세와 근세를 거쳐 여러 차례 개보수가 이뤄진 것이다.

성당 앞 광장 정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중세 로마네스크 양식의 종탑이다. 이 종탑은 1377년에 세워졌는데 높이가 75미터 가량 된다고 한다. 종탑 맞은 편 광장에는 길쭉하게 높이 솟은 원주가 서 있는데 고대 로마 양식으로 세워진 기둥 꼭대기에 아기예수를 품에 안은 성모마리아가 조각돼 있다. 

 

성당 앞 광장에 세워진 원주. 맨 꼭대기 아기예수와 마리아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성당 앞 광장에 세워진 원주. 맨 꼭대기 아기예수와 마리아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성당 안으로 들어가 본다. 갖가지 휘황찬란한 성화들과 기둥들이 눈에 띈다. 중세의 로마네스크 양식과 근세의 바로크 양식, 그리고 고대 로마의 흔적들이 뒤섞여 있다. 성당이 세워진 계기는 그리스도교 신앙 고백과 성모마리아에 대한 신심이다. 그럼에도 이 단일한 테제를 기초로 갖가지 상이한 문화예술 양식을 버무린 로마 건축예술가들의 내공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다음 사진은 18세기에 활약한 이탈리아의 건축예술가 페르디난도 푸가가 설계한 설교단이다. 이러한 양식의 제단을 보통 '발다키노' 내지는 '천개'라고 부르는데 우주 내지는 만물의 주재자(즉 가톨릭에서는 그리스도)가 거하는 자리를 상징화한 것이라고 한다. 발다키노 너머 반돔 형식으로 된 제대가 보인다. 예수가 지상에서의 삶을 마친 마리아에게 천상의 관을 씌워주고 있다. 

 

벽을 따라 성화로 새겨진 성서의 테마들.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벽을 따라 성화로 새겨진 성서의 테마들.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벽을 따라 구약성서와 신약성서의 주요 테마들이 그려져 있다. 유럽의 유서깊은 성당에서 이와 성서의 주요 테마들이 그려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신앙 가운데 미학적인 욕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문자 문화가 보편화되지 못했던 시대에 시각적이고 미학적인 매개를 통해 일반 대중들의 신심을 고취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금으로 도색된 격자형 천장이 인상적이었다. 이 천장은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인 줄리아노 다 상갈로가 설계했다. 천상의 세계를 묘사하려 했던 것일까? 거대한 규모의 황금색 격자 무늬와 그 아래 그리스도의 자리를 상징하는 지상의 발다키노가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고 있다. 

 

황금으로 새겨진 천장.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황금으로 새겨진 천장.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그런데 사실 이 아름다운 조화에는 어두운 역사의 이면이 있다. 제대 위에 황금으로 장식된 천장은 유럽인들이 황금을 찾아 중남미 대륙을 약탈하던 당시 잉카에서 추출한 황금을 교황청에서 기증받아 만든 것이다. 오늘날 현대 관광객 및 순례자들이 향유하는 성당의 아름다움과 장엄함이 부분적으로 과거 서구의 식민주의적 약탈에 기초했다는 생각에 미치자 조금은 씁쓸해졌다.

성당 투어를 마치고 다시 광장에 나왔다. 거리는 활기가 넘쳤다. 코로나바이러스19 사태가 이탈리아 전역을 휩쓸고 지난 현재, 성당과 광장을 거닐던 그 때를 떠올리며 글을 끄적여 본다.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 광장이 다시금 그 활기를 되찾기를 바란다.

/김용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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