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공주 왕촌 살구쟁이, 강산 가운데 묻힌 국가폭력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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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공주 왕촌 살구쟁이, 강산 가운데 묻힌 국가폭력의 기억
  • 객원기자
  • 승인 2020.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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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학살사건의 개요를 설명한 표지판.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과거 학살사건의 개요를 설명한 표지판.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지난 17일 금요일 오후, 기자는 대전 유성온천역 6번 출구 버스정류장에서 300번 버스를 타고 공주시로 직행했다. 대전국립현충원을 지나 공주시로 진입하자 절경이 펼쳐졌다. 전북에서 발원해 충남을 거쳐 황해로 이어지는 금강의 물줄기들이 산과 산 사이를 가로지르고 있었다.

 

해질녘 금강변.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해질녘 금강변.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구름 사이로 태양이 햇빛을 내리쬐면서 금강의 물줄기 사이로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었다. 산들은 대략 어림잡아 높이가 200~300미터 가량 돼 보였다. 과거에는 이 금강을 매개로 해 지역간 교역이 이뤄졌다고 한다. 현대에 들어서 산과 산 사이를 관통하는 금강은 관광도시로서 공주를 상징하는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됐다.

기자는 상왕동 명덕산 부근에서 내렸다. 해가 서서히 떨어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윽고 목적지에 도착했다. 산자락 끝에 울타리쳐진 밭이 하나 있었고 그 모퉁이에 팻말이 보였다. '공주형무소 및 국민보도연맹 사건 희생지' 전 기고문의 주제였던 산내골령골에 이은 두 번째 보도연맹학살 현장 답사다.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과거 학살사건의 현장이었음을 나타내는 팻말.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이곳이 바로 한국전쟁 개전 직후인 7월초, 그러니까 산내골령골 집단학살이 벌어진 지 일주일 가량 후에 좌익사범 및 잠재적 북한 정권 부역자들을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397명의 공주형무소 재소자 및 보도연맹원들을 학살 및 암매장한 현장인 '살구쟁이'다.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입구를 가리키는 팻말.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팻말 앞쪽에 있는 자그마한 팻말이 입구를 가리켰다. 본 기자는 푯말을 따라 입구로 들어섰다. 해가 떨어지는 와중이었고 장마철 직후인지라 꽤나 습하고 어두웠다. 게다가 초파리들과 하루살이들이 눈 앞에서 윙윙대는 통에 사진조차 찍기 어려웠다. 수백명의 유해가 암매장된 이 곳 역시 산내골령골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무관심 속에 방치돼 왔다. 그나마 유족들의 기나긴 투쟁과 평화운동가들의 협조 속에서 해마다 위령제가 개최돼 왔다.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70년전 학살사건의 현장.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바로 발 밑에 무고하게 죽어간 이들이 잠들어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해졌다. 기자는 희생자들의 원혼을 달래는 의미에서 묵념과 기도를 하고 나왔다. 그리고 다시 300번 버스를 타고 대전으로 돌아오며 해질녘 금강변의 경치를 지켜본다. 이 절경 가운데서 묻혀있을 희생자들을 생각하니 해질녘 금강변 경치의 아름다움도 구슬프게 느껴졌다.

/김용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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