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보도연맹학살 현장 탐방기 ‘산울리 은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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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이야기] 보도연맹학살 현장 탐방기 ‘산울리 은고개’
  • 객원기자
  • 승인 2020.07.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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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에서 발원한 금강은 북쪽 방향으로 향해 대전충남권을 그대로 관통한다. 이 금강을 매개로 대전광역시와 충남권에서 백제시대 역사 유적지들로 유명한 공주시가 이어진다. 그리고 대전광역시로부터 북쪽, 공주시로부터 동쪽지역에 행정중심복합도시로 현재 각광을 받고 있는 세종특별자치시가 있다.

 

은고개 현재 모습.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은고개 현재 모습.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2012년 연기군을 비롯한 여러 군, 면, 읍을 통폐합하고 행정수도로 출범한 이래 세종시는 빠르게 대도시로 변모해가고 있다. 게다가 수도권으로 가는 길목인 오송, 천안과 공주시 및 대전광역시를 오가는 대중교통편이 많고 대전과 세종 사이를 통근하는 직장인 및 공무원들이 많아 인구유동성이 제법 높은 편이다.
 
이 세종시 연기면 산울리에 은고개라는 곳이 있다. 옛날에 어떤 사람이 한 스님에게 은가락지를 스님에게 시주한 후 이곳에 선친의 묘를 세웠다는 민담이 전해지는 곳이다. 하지만 지금은 도시개발의 여파로 옛적의 고적하고도 아늑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맞은 편에는 아름동 오가낭뜰 근린공원과 낮은 산봉우리를 중심으로 등산로와 산책로가 이어져 있다. 해가 떨어진 초저녁에도 이곳으로 산책과 등산을 나온 주민들이 많다.

신도시 개발로 도로가 늘어선 은고개 인근.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신도시 개발로 도로가 늘어선 은고개 인근.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지금은 개발과 투자가 한창인 세종시 연기면. 하지만 이곳에도 한국 근현대사의 상흔이 배어있다. 현재 생활권 개발이 진행 중인 은고개와 오가낭뜰 근린공원은 과거 한국전쟁 개전 후 제1공화국 정부가 좌익사범 및 북한정권 동조자들을 색출해낸다는 명분으로 정치범 및 민간인들을 집단학살한 후 암매장한 '보도연맹학살 사건'의 현장이었다.

당시 정치범들은 은고개에서, 여성, 노인, 아동들은 현재는 오가낭뜰 근린공원인 숲에 끌려가 학살당했다. 발굴된 유해들은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추모의 집에 안치돼 있다. 현재 은고개 학살의 현장이었던 곳은 신도시 생활권 개발 작업으로 인해 출입이 제한돼 있다. 그래서 이렇게 먼발치에서 은고개를 바라보며 사진을 찍고 묵념과 기도를 올릴 수밖에 없었다.

 

생활권 개발로 출입이 통제된 은고개 입구.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생활권 개발로 출입이 통제된 은고개 입구. (사진=김용엽 객원기자)

세종시의 변모가 시사하는 것처럼 현대 한국사회는 매우 역동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발전의 성과가 소중한만큼 그 속에서 이름없이 희생되고 스러져간 이들의 눈물을 기억해야만 한다. 이것이 본 기자가 한국 근현대사의 비극인 보도연맹학살 현장을 답사하고 현대 한국인의 입장에서 글과 사진을 남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용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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