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공중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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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춘 시인의 문예정원] 공중국가

    • 입력 2020.07.28 00:00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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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중국가  

      
                           박무웅
       

     구름 위에 떠서  
     인도네시아 공장을 간다
     이 거대한 기체는 공중국가다
     한 달이면 몇 번씩 공중시민이 되어
     시를 읽거나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잠을 자는 왕복의 시간에 국경이 없다.
     여권과 티켓만 있으면 이 친절한 공중국가의 좌석에 앉아
     기내식을 받아  먹고 와인을 주문하고
     몇 가지 공중헌법을 안내 받는다.
     모든 것이 발밑에 존재하는
     구름의 나라,
     기류를 타면서 흔들리는 나라
     오로지 왕복만 하는 나라
     그러나 이곳에도 좌석등급제가 있고
     지루한 두 다리가 저리는 증상이 있고
     발작이 일어나는 飛行이지만
     때로는 정유지가 있고
     비상착륙이 있는 非行의 경로는 
     자동항법장치라는 유사시의 대처가 있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누가 뭐라 하지 않는
     일몰과 일출을 지나가는, 구름 속을 옮겨 다니는
     몽유도원도 같은 나라
     땅 한 평 없이도 존재하는 나라
     긴 활주로를 위해  비상하고 착륙하는 나라

    *박무웅:1995년「心象」등단*시집<공중국가>외*계간『시와 표현』대표.

    ******************

    이영춘 시인
    이영춘 시인

    공중국가! 현실과 이상향의 대비다. 현실을 떠나 다른 세계에 존재하는, 존재하고 싶은 “몽유도원도 같은” 이상향이다. 그 이상향은 바로 시인의 상상력으로 건국(建國)한 ‘공중국가’다. “구름의 나라” 구름 위에 떠 있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국가다.

    비행기 기체를 하나의 ‘국가’로 설정한 발상이 기발하다. 이 발상 속에서 시인은 한없이 자유로운 영혼이 된다.

    그 국가에서는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그래서 그 나라 시민, 그 나라 백성의 영혼은 한없이 자유롭다. 다만 그 국가에서 제시하는 “몇 가지 공중 헌법만 안내 받고” 지키면 된다. 그 국가는 헌법도 간편하다. 벨트를 매고 가만히 한 자리에 앉아서 “기내식을 받아먹고/ 와인을 주문하”면 된다. 자유로운 영혼은 “잠을 자거나/ 시를 읽거나 영어 단어를 외운다.” 그 국가에서는 무엇인가를 혼자 할 수 있어서 좋다. 세상 한가운데서 이리저리 시달리던 영혼들이 한없이 자유로운 비상으로 국민 권을 가질 수 있는 국가다.

    그리고 “모든 것이 발밑에 존재하는/구름의 나라”다. 그래서 더욱 좋다. 비록 “왕복의 시간”에만 존재하는 권리이지만 모든 것을 발밑에 둘 수 있다는 존재감에 공명한다. 

    아무튼 이 국가에서는 “국경이 없고” 계급도, 서열도 없다. “좌석등급제”가 있지만 모든 국민이 평등하다. 무한히 자유로운 영혼의 “무릉도원도” 같은 그런 나라에 닿고 싶어 하는 마음, 그런 마음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여행을 꿈꾸고 있는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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