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동면 '노루목 저수지' 매각 눈치싸움...주민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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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춘천 동면 '노루목 저수지' 매각 눈치싸움...주민만 피해

    • 입력 2020.07.06 06:56
    • 수정 2021.03.29 16:35
    • 기자명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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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학지구 개발로 본래 기능인 농업용수 공급 기능을 잃고 2017년 6월 용도폐기 된 노루목저수지 전경. (사진=이정욱 기자)
    장학지구 개발로 본래 기능인 농업용수 공급 기능을 잃고 2017년 6월 용도폐기 된 노루목저수지 전경. (사진=이정욱 기자)

    기능을 상실한 춘천 동면 노루목저수지 매각 문제를 놓고 춘천시와 농어촌공사의 눈치싸움이 길어지면서 애꿎은 주민만 피해를 입고 있다. 본지는 수 년째 방치돼 있는 해당 저수지에 대한 문제를 짚어보고 피해를 보고 있는 인근 주민들을 만나봤다.  

    ◇저수지마을의 수난史
    1957년 축조된 해당 저수지는 2006년부터 들어선 인근 대규모 아파트 입주로 본래의 기능인 농업용수 공급 기능을 잃어 2017년 6월 용도 폐기됐다.

    그러자 저수지에서 고기를 낚으려는 강태공들의 차량이 마을 진출입로를 막기 일쑤인데다 이들이 버리고 간 떡밥 등 각종 쓰레기로 인해 악취가 풍기는 등 저수지 오염문제가 심각해졌다. 또 장마나 집중호우가 내릴 때는 매번 침수피해를 겪어야 했다.

    또 춘천 장학지구 개발로 대규모 아파트와 상권이 들어서는 등 장학리 일대가 천지개벽할 정도로 도심지 수준으로 변모했지만 인근 토지주들은 '저수지 알박기'로 호재를 보지 못했다. 인근 식당 등 상인들도 용도폐기 후 저수지가 방치되면서 매출이 급감하는 등 피해가 심해지고 있다.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널려져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낚시꾼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널려져 있다. (사진=이정욱 기자)

    ◇협상테이블 앉은 농공-市 '이견'
    이 같은 주민들의 민원과 더불어 처치곤란이 된 해당 저수지의 활용방안을 놓고 고심하던 농어촌공사 홍천춘천지사는 결국 저수지 부지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농어촌공사는 우선협상 대상자로 춘천시를 지정하고 수의계약을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 춘천시로서도 매각 금액만 적당하다면 '노른자위' 땅인 해당 저수지를 매립, 다양한 개발사업을 구상할 수 있어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주민들도 불편 해소와 저수지 매립으로 인한 개발 호재 등을 기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매각대금을 두고 농어촌공사와 춘천시의 의견이 엇갈렸다. 농어촌공사는 춘천시에 매입을 권하면서 최초 259억원 정도로 책정했던 것으로 알려졌고 시는 해당 금액이 높다며 고사했다. 결국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깨졌다.

    ◇공개매각 전환, '눈치싸움' 장기화
    농어촌공사는 춘천시와 수의계약 협상이 엎질러지자 저수지를 공개매각하기로 결정하고 감정평가 등을 실시했다.

    올해 1월과 2월 두 번 실시된 공개매각은 모두 유찰된 상태. 사실 말이 공개매각일 뿐 해당 부지를 사들일 수 있는 것은 춘천시 밖에 없다.

    결국 '땅값'을 놓고 농어촌공사와 춘천시의 핑퐁게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인 것. 이날 공매포털시스템인 '온비드' 확인 결과 해당 저수지 9만3331㎡에 대한 감정평가액은 270억7375만3000원으로 입찰최저가는 259억2998만3690원. 춘천시는 사업타당성을 이유로 아직 복지부동을 유지하고 있다. 이유는 '수익성'이다.

    춘천시 관계자는 "당시 해당부지에 대해 최소한 투자비용과 기반조성 비용 등을 고려, 특정 매입금액 산출을 한 적은 있지만 농어촌공사가 제시한 금액과 차이가 워낙 커 철회했다"며 "또 추가 개발비 등을 고려했을 때  부지매입비 외 160억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 사업 타당성 면에서 매입계획을 철회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후 현재까지 해당 저수지에 대한 매입 계획은 없다"고 일축했다.
     

    ​3일 오후 해당 저수지 인근 도로변에 저수지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사진=이정욱 기자)​​
    ​3일 오후 해당 저수지 인근 도로변에 저수지 문제해결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다.(사진=이정욱 기자)​​

    ◇주민들 "생태공원 조성하라"
    지난 3일 오후 노루목 저수지 인근 도로변은 주민들이 걸어놓은 현수막으로 가득했다. '춘천시와 농어촌공사 복지부동에 동면저수지 썩어간다', '선량한 농민 문전옥답 헐값으로 징발해서 재산증식 웬말이냐' 등의 문구였다.

    농어촌공사와 춘천시의 눈치싸움이 장기화되면서 주민들은 불만이 극에 달한 상태다. 허승 장학1리 이장은 "지난해 6월 면사무소에서 열린 토론회 이후 1년이 지났지만 아무 것도 변한 것이 없다"며 "저수지 처리 문제를 다시 공론화하기 위해 현수막을 내걸었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농어촌공사와 시에 바라는 것은 해당 저수지의 '생태공원화'다. 

    허 이장은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간단하다. 현재 저수지의 모습으로 방치가 되면 안된다는 것"이라며 "저수지의 수위를 낮춰 생태공원으로 조성하자는 것이 주민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태공원 조성이 불가능하다면 빨리 매립해서 아파트나 상권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도 차선의 요구"라고 말했다.

    [윤왕근 기자 wgjh6548@ms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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