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이 지방을 살린다] 광주광역시가 설립한 분쟁해결센터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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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이 지방을 살린다] 광주광역시가 설립한 분쟁해결센터에 대해

    • 입력 2020.07.04 09:00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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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수 여의도아카데미 마케팅연구소장
    김경수 여의도아카데미 마케팅연구소장

    아파트 층간 소음 문제로 많은 사람이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함께 모여 사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갈등을 피하기란 참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또 주차 문제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끔찍한 뉴스를 볼 때면 이런 갈등을 해결할 좋은 방법이 없을지 생각에 잠기기도 합니다.

    어느 사회든 사회 구성원 간, 법과 제도 사이 많은 갈등이 존재합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두 번째로 '갈등'이 많은 나라며, 가까운 나라 일본에 비해서도 10배나 많은 소송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간 사회적 갈등 비용이 나라 전체 예산의 반이나 된다고 하니, 참으로 놀라울 일입니다. 그렇다고 이런 층간 소음 문제, 주차 문제를 법적으로 해결할 방법도 사실 마땅치 않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광주광역시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광주광역시 남구는 전국 최초로 토론과 자치로 갈등을 해결하는 광주분쟁해결센터를 설립했습니다. 광주지방법원이 지원하고, 광주광역시가 센터 설립을 도왔을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각종 법률 기관에서 많은 도움을 줘 센터는 지금도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광주분쟁해결센터에서 주로 다루는 분쟁은 이웃 간 층간소음, 주차 문제 등 생활민원 관련 내용이 많습니다. 센터에 분쟁이 접수되면 당사자들과 센터 자원봉사자들이 강제 조정이 아닌 대화와 타협으로 화해를 조정합니다. 1년간 138건 분쟁이 접수됐고, 그중 85%를 화해 유도해냈다고 하니, 대단한 성과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도 눈에 띕니다. 전문가 자원봉사자도 센터에 35명이나 있다고 하는데 법률 전문가뿐만 아니라 아파트 관리소장도 참여해 다양한 각도에서 화해 권고를 유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센터에 찾아오기 힘든 분들을 위해 몇 개 동에는 별도의 소통방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계속 소통방을 늘여 주민 스스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는데, 소통방에는 방장이 있고, 방장은 주민간담회나 토론회 주최 및 민원 해결 분쟁 평가 워크샵도 연다고 합니다.

    어떤 소통 방장은 주민 스스로 지켜야 할 10가지 항목을 내걸고 75% 이상 주민이 자발적으로 서약해 갈등을 조기 차단하는 시스템도 구축했다고 합니다. 이분은 아파트 엘리베이터에도 소통 게시판을 만들었는데, 포스트잇에는 “씩씩한 남자아이 둘 있는 동생네 가족이 놀러 오는데, ○○○호 분들에게 미리 양해를 구해요. 저희도 조심조심 피해 끼치지 않도록 사전에 주의시키겠습니다”, “○○○호 사는 누구 엄마인데요. 저희가 내일 이사를 가서 ○○○호 라인에는 주차를 비워두시면 고맙겠습니다. 남편 직장이 이전해서 떠나는데 너무 아쉽습니다. 여러분~ 행복하세요” 이런 글들이 수북하게 쌓인다고 합니다. 

    광주광역시 분쟁해결센터가 빛나는 이유는 지자체가 갈등 해결을 위한 '장'을 적극 마련해 줬기 때문입니다. 법과 제도를 통한 소송에는 분명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주민 스스로 협약한 내용을 따라 갈등을 피하고 조정할 수 있는 센터 설립! 많은 지자체가 참고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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