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세상읽기] 선거소음과 환경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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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의 세상읽기] 선거소음과 환경보호

    • 입력 2020.07.02 06:45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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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헌법 제10조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이하, 기본권)’를 최대한 보장할 의무를 국가에게 부과하고 있다. 만일 ‘법령 등 공권력 행사(이하, 공권력 행사)’가 국민의 기본권을 적극적으로 제한하는 경우에는 공권력 행사가 지나치지 않은가를 판단하며, 과잉금지원칙이 적용된다. 반면 국가에게 부과된 기본권 보호의무를 국가가 이행하지 않은 때에는 의무 이행이 너무 미흡하지 않은가를 판단하며, 과소보호금지원칙이 적용된다. 기본권에 대한 지나친 제한도 허용되지 않지만, 너무 부족한 보호도 헌법에 위배 된다.

    헌법 제34조 제1항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의 보장을 국가의 의무로 본다. 국가의 환경권 보호의무 위반 여부는, 국가가 환경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했는가를 심사기준으로 삼는, 이른바 ‘과소보호금지원칙’이 적용된다.

    헌법소원의 청구인은 2018년 6월 13일 실시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의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청구인의 거주지 주변에서 확성장치 등을 사용해 소음을 유발함으로써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공직선거법 제 규정이 선거운동 시 확성장치의 최고출력, 사용시간 등 소음에 대한 규제기준 조항을 두지 아니하는 등 그 입법의 내용·범위 등이 불충분해 환경권, 건강권 및 신체를 훼손당하지 않을 권리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2018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환경권은 생명·신체의 자유를 보호하는 토대를 이루며, 궁극적으로 ‘삶의 질’ 확보를 목표로 한다. 환경에는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생활환경도 포함하기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소음을 제거·방지해 ‘정온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는 환경권의 한 내용을 구성한다. 국민의 참정을 실현하는 선거운동의 자유는 보장돼야 하지만, 무분별한 확성기 사용으로 인해 위협받는 환경권과의 조화가 필요하다.

    오늘날 선거운동에서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인터넷이나 방송매체를 이용하는 선거운동 방식의 비중이 커져가는 반면, 확성장치를 사용해 야외에서 전개하는 재래식 선거운동 방식의 비중은 갈수록 축소되는 실정이다. 선거운동에서 확성장치 소음을 엄격히 규제한다고 해서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측면은 갈수록 그 중요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국민의 환경권을 소음으로부터 보호하게 되는 측면은 점점 커지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공직선거운동 시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사용 목적, 사용 가능한 대수, 사용할 수 있는 장소 등은 규정하면서, 소음의 크기, 지속시간, 발생 시간대 및 발생 장소 등에 관한 규제를 하고 있지 않다. 이에 사람들의 일상생활 또는 생업에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대다수 직장과 학교는 그 근무 및 학업 시간대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하고 있어 해당 시간대 전후 주거지역에서는 정온한 환경이 더욱더 요구된다. 

    이를 위해 출근 또는 등교 시간대 이전인 오전 6시부터 7시까지, 퇴근 또는 하교 시간대 이후인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에도 확성장치의 사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공직선거법에는 주거지역과 같이 정온한 생활환경을 유지할 필요성이 높은 지역에 대한 규제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따라서 심판대상 조항이 선거운동의 자유를 감안해 선거운동을 위한 확성장치를 허용할 공익적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정온한 생활환경이 보장돼야 할 주거지역에서 등·하교 및 출·퇴근 전후 시간대에 확성장치의 최고출력 내지 소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 사용시간과 사용지역에 따른 수인한도 내에서 확성장치의 최고출력 내지 소음 규제기준에 관한 규정의 부재는 수인의 한도를 넘는다.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하게 생활할 수 있는 양호한 주거환경을 위해 노력해야 할 국가의 의무를 부과한 헌법 제35조 제3항에 비춰 보면, 적절하고 효율적인 최소한의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국가의 기본권 보호의무를 과소하게 이행한 것으로 봐야 한다. 지난해 12월 27일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규정이 청구인의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침해하므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했다. 이는 동일내용에 대해 2008년 헌법재판소가 합헌결정을 내린 선례를 변경한 것이다.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는 현대사회에서 이전보다 더욱 중요한 가치를 가지며, 공직선거 때마다 발생하는 확성장치 사용에 따른 선거소음 문제는 더 이상 간과하기 어려운 문제로 보인다. 등·하교 및 출·퇴근 전후 시간대 주거지역에서 확성장치의 최고출력 또는 소음을 제한하는 규제기준에 관한 구체적 규정이 마련될 때,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는 완성될 것이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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