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형의 방랑식객] 춘천 '올블루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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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형의 방랑식객] 춘천 '올블루파스타'
  • 객원기자
  • 승인 2020.07.0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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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불호 없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주방에서 근무하면 가장 단순한 업무에서부터 단계를 거쳐 성장해 나간다. 단계마다 습득해야 하는 필수 요소의 숙련도를 충분히 쌓은 후에 단계를 넘어가고 또 반복하고. 일련의 과정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어떤 요리사가 되는지가 결정된다.

모든 음식이 그렇듯 흉내를 내든 기성품을 이용하든 누구나 만들어 낼 수가 있다. 다만 내가 추구하는 것은 숙련도를 만들어내기 위한 인내의 시간과 노력을 충분히 견뎌낸 전문가가 만들어낸 음식이다.

이번에 방문한 올블루파스타는 춘천의 파스타 식당 중에서도 탑으로 손꼽히는 맛을 자랑한다. 아내와 함께 방문해 1인 파스타 코스와 라구파스타 단품을 주문했다.

 

춘천 올블루파스타 식전 빵. (사진=이준형 셰프)
춘천 올블루파스타 식전 빵. (사진=이준형 셰프)

먼저 식전 빵과 수프가 서브됐다. 오늘의 수프는 단호박이다. 한 입, 두 입, 세 입까지 아무 말 없이 천천히 음미하는 모습을 보며 아내는 이내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음식에 집중할 때 나오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단호박 스프는 첫입에 단밤의 진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이어 닭고기의 강한 감칠맛이 입을 감싸며, 끝에는 엷은 단호박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수프의 농도, 간, 맛의 균형 어느 것 하나 흠잡을 수 없는 맛이었다. 마치 에피타이저가 잘 토스한 뒤 메인디시가 스파이크를 날리는 듯한 느낌이다.

 

올블루파스타 단호박 스프. (사진=이준형 셰프)
올블루파스타 단호박 스프. (사진=이준형 셰프)

까르보나라 파스타는 보편적으로 베이컨과 크래시드페퍼(굵고 거칠게 갈아낸 흑 후추)로 맛을 내는데 올블루파스타의 소스는 내가 알고 있는 까르보나라 소스와는 조금 달랐다. 후추 향은 육안과 미각으로 크게 느껴지지 않는 대신 마늘향이 강하게 나는 편이다. 소스의 농도와 마늘, 베이컨이 어우러져 균형감을 이루고, 순도 높은 동물성크림 맛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면은 탱글한 식감이기보다 오버쿡해 소스와 잘 어우러진다. 까르보나라 파스타 위에는 수란이 하나 얹어져 나오는데 설명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예상 가능한 맛이기에 더 이상의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올블루파스타 까르보나라 파스타. (사진=이준형 셰프)
올블루파스타 까르보나라 파스타. (사진=이준형 셰프)

라구파스타는 정말 어려운 음식이다. 오일파스타와 토마토파스타의 중간에 놓인 듯한 모습이다. 그렇기에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감 있는 맛을 내야 완성도가 높아진다. 말로 설명하기에도 어려운 맛을 감각으로 구사해내야 하기 때문에 정말 어려운 것이다. 보편적으로 홀토마토(원물토마토)를 갈거나 으깨서 사용하는데 이곳은 체리토마토도 같이 사용하는 듯했다.

루꼴라의 상쾌한 맛, 다진 채소의 단맛과 향, 마늘향, 고기와 토마토의 감칠맛, 오일이 많이 들어갔지만 느끼하지 않은 맛의 구성 역시 균형감이 최고조라 할 수 있겠다. 식사 중 문득 이곳 사장님은 분쟁을 싫어하는 평화주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재료가 무엇 하나 튀지 않고 사이좋게 균형을 이루기 때문이다.

 

올블루파스타 라구파스타. (사진=이준형 셰프)
올블루파스타 라구파스타. (사진=이준형 셰프)

코스의 마지막 구성인 오늘의 디저트는 브라우니와 크림브륄레였다. 브라우니는 모양과 크기가 서로 다르다. 기성품이 아니라 정성들여 수제로 만든 모양인 것 같았다. 브라우니를 한 입에 넣자 녹진한 땅콩 향이 입안에 퍼지면서 밀도 높은 브라우니시트가 뭉개지고 초콜릿향이 가득 퍼져나갔다. 맛보는 음식마다 어떻게 이런 향과 맛을 조화롭게 다 담아내는 걸까 신기했다. 

크림브륄레를 스푼으로 톡 하고 깨본다. 깨진 설탕층과 커스터드 크림을 함께 먹어본다. 커스터드 크림은 밀도가 굉장히 높으면서도 단맛이 과하지 않았고, 기분 좋게 입안에 즐거움을 주고는 사라졌다. 잠시 멍해지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올블루파스타 브라우니와 크림브륄레. [사진=이준형 셰프]
올블루파스타 브라우니와 크림브륄레. (사진=이준형 셰프)

올블루파스타에서 맛 볼 수 있는 모든 메뉴는 경영을 하는 사장님이 직접 만든다. 에피타이저부터 메인디시 디저트까지 가격 대비 말도 안 되는 퀄리티를 보여준다. 누군가에게 식사대접을 할 일이 있거나 캐쥬얼 하면서도 기본기가 탄탄한 이탈리아 음식이 먹고 싶다면 주저말고 이곳을 방문하길 바란다. 사장님이 초보에서부터 한 섹션 묵묵히 값진 시간을 충분히 인내한 그 노력의 산물이 고스란히 예쁜 접시에 담겨 나와 손님을 맞이할 것이다.

/이준형 글쓰는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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