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세상읽기] 명품과 진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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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담의 세상읽기] 명품과 진품
  •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6.25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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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무신 진화론자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리처드 도킨스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다. 도킨스는 1941년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에서 태어났고, 8세가 되던 해에 영국으로 돌아왔다. 도킨스는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동물학을 수학했고, 동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옥스퍼드 교수직을 수행했고, 정년퇴직한 이후에도 옥스퍼드에서 석좌교수로 임명될 정도로 업적이 뛰어나다. 명품이다.
 
도킨스의 명성은 가히 세계적이다. 그는 무려 11개의 명예박사를 소지했고, 2007년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들어갔다. 수상경력 역시 매우 화려하다. 그의 대표적 저서로는 ‘이기적 유전자’, ‘눈먼 시계공’, ‘만들어진 신’ 등이 있는데, 특히 ‘만들어진 신’은 영어판만 150만 권 이상 판매됐고, 31개 언어로 번역됐다. 명품 중의 명품이다.
 
사람들은 명품을 선호하지만, 진정한 명품이 되려면 진품이어야 한다. 도킨스는 자타가 인정하는 명품이지만, 진품인지는 의문이다. 도킨스를 진품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첫째, 그는 명문 옥스퍼드 대학교 이학박사인데, 명박을 11개나 수락한 것을 보면 그의 내면세계가 그리 건강해 보이지 않는다. 통상 명박은 ‘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에게 부여되고 있어, 진정한 학자는 사양한다. 세상이 주는 명예와 인기는 소금물 같아서 갈증을 해결해 줄 수 없다. 아무리 많아도 공허함을 채워주지 못한다. 이를 모르고 있으니 진품에 미치지 못한 이유다.

둘째, 그의 경력과 업적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강원도를 움직인 100인에도 들지 못하는 필자에게 도킨스는 전설적인 존재지만 부럽기는커녕 안쓰럽다. 수상내용을 보면 동물학자임에도 문학상을 많이 받았다. 자신의 전공 분야의 연구성과에 대한 보답이 아니라 창조주를 조롱하고 능멸한 대가였다. 21억 기독교 신도를 공격한 대가치고는 오히려 턱없이 부족하다. 세상이 잘한다 잘한다 하니 정말 잘하는 줄 착각하고 있다. 허망한 말은 끝을 모른다고 했다. 이를 모르고 있으니 진품이 아닌 이유다.

셋째, 그는 창조과학자와의 토론을 피하고 있다. 상대의 격만 올려줄 뿐이라는데, 글쎄다. 태권도 명예 10단증을 11개나 소지한 사람이 동네 도장의 빨간 띠와 대련해서 엄청나게 터질까 봐 그런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지면 망신이고, 아니 질 것이 분명하니, 피할 수밖에 없다. 인류 최고의 ‘빅 매치’를 주선하지 않는 언론의 태도도 이해하기 어렵다. 도킨스가 질까 봐, 아니 질 것 같으니 진화론을 지지하는 세상 언론도 피한다. 그리 두렵다면 그 이유를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진품은 전문가의 감정(鑑定)을 피하지 않는다.

넷째, 그는 “진화는 우리가 아는 다른 어느 과학만큼이나 확실하며, 진화는 이제까지 관측돼왔다. 단지 그것이 일어나는 순간을 관측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또 “진화는 진정한 과학자에게 마치 영어단어게임에서 하나하나 스펠링을 불러주는 것만큼이나 명확하다”고 한다. 

진화가 이뤄졌다는 구체적 증거를 ‘단 하나’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진화가 사실이라고 강변한다. 언어의 타락이자 진실에 대한 배반 행위로, 명품이 보일 태도는 아니다. 아니 어쩌면 이쯤은 돼야 100인에도 들고, 명박을 11개나 받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진품과 거리가 멀다.

다섯째, 신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책이 인기를 얻으려면, ‘없다’나 ‘죽었다’로 해야 한다. ‘일본은 없다’, ‘신은 죽었다’가 그것이다. ‘인간이 신을 만들었다’는 것도 ‘죽었다’의 아류 표현일 뿐, 동일하다. 도킨스는 무신론자를 자처하지만, 자연이 진화를 선택·형성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자연을 신으로 믿는 범신론자거나, 자연을 유일신으로 믿는 신자로 보인다. 실제로 그는 ‘만들어진 신’에서, 자신은 존재의 질서 있는 조화 속에서 스스로를 드러내는 스피노자의 신(범신론)을 믿는다고 했다. 사람이 육체적으로 약해질 연령이 되면 없던 신도 만들어 믿는 경향을 보이는데, 있는 신도 없다고 하니 측은하기까지 하다.

세상에는 매우 다양한 종교가 존재하고 있으니 인간이 자신의 필요 때문에 신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기가 만든 우상에 절하고 있는데, 이것이 소위 ‘만들어진 신’이다. 태양과 별과 같이 이미 존재하는 것에 대한 경배는, 만든 신은 아니지만 만들어진 신의 범주에 들어간다. 도킨스는 자연이나 자연의 선택을 모든 진화의 원동력으로 보아, 자연선택은 새로운 변종을 수용하고 다른 것을 도태시키는 일을 한다고 한다. ‘자연선택’의 ‘실체 없는 애매모호’한 개념에 대한 비판은(향후 다루겠지만) 논외로 하더라도, 그는 분명 자연 ‘그 자체’에 창조주의 기능을 인정하고 있다. 일종의 범신론이다. 범신론은 자기가 스스로 만든 조각에 절하지 않고 있어, 만든 조각에 절하는 것보다는 한 단계 높은 품격을 지니지만, 명품은 물론 진품도 아니다. 자연을 믿지 말고 자연을 만든 자를 믿어야 한다. 그가 명품이자 진품이다.

도킨스가 41년생이니 79세인데, 내일도 장담할 수 없지만 모레는 보장되지 않는 나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지녔으면 한다. 아직도 늦지 않았다. 어서 돌아와야 한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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