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세상읽기] 생명 위협한 직사살수 행위, 정당화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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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의 세상읽기] 생명 위협한 직사살수 행위, 정당화할 수 없다

    • 입력 2020.06.18 06:50
    • 수정 2020.06.18 15:38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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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헌법 제21조는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모든 국민은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기 위해 옥내집회는 물론 옥외집회 및 시위를 할 수 있다. 옥내집회는 아무런 제약이 없으나 옥외집회나 시위는 다른 사람의 자유와 권리를 해할 수 있어 일정한 제한이 가해진다.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에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다만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우발적 집회’(공청회를 참석한 후 흥분해 이에 항의하는 집회)나 계획된 집회지만 사안의 긴급성으로 48시간 전을 준수하는 것이 불가능한 ‘긴급집회’(반대시위 대상자가 예정보다 일찍 입국하는 경우, 이에 대한 항의집회)의 경우에는 ‘사전신고 없이’ 집회나 시위가 가능하다.
     
    적법한 집회라 하더라도 집회나 시위가 폭행, 협박, 손괴, 방화 등 공공의 안녕질서를 위협할 때는 옥외집회나 시위를 통제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집회나 시위를 제압하는 경우에도 제압수단과 정도에 한계가 있음은 물론이다. 살수차로 시위를 진압해야 할 필요성이 발생한 경우라도, 생명을 직접 위협하거나 신체에 중대한 해를 줄 정도의 살수는 허용될 수 없다.
     
    청구인은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이하, ‘이 사건 집회’)에 참여했다가,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경찰관들이 직사살수한 물줄기에 머리 등 가슴 윗부분을 맞아 넘어지면서 상해를 입고 약 10개월 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다가 2016년 9월 25일 사망했다. 피청구인들은 이 사건 집회 당시 위 경찰관들을 지휘한 서울지방경찰청장 및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 제4기동 단장(이하, 서울경찰청장)이다. 청구인 배우자와 자녀들은 2015년 12월 10일 ‘위 직사살수 행위는 청구인의 생명권,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면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직사살수 행위는 불법 집회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타인 또는 경찰관의 생명·신체의 위해와 재산·공공시설의 위험을 억제하기 위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했다. 그러나 “직사살수 행위 당시 청구인은 살수를 피해 뒤로 물러난 시위대와 떨어져 홀로 경찰 기동 버스에 매여 있는 밧줄을 잡아당기고 있었을 뿐이기 때문에 직사살수 행위 당시 억제할 필요성이 있는 생명·신체의 위해 또는 재산·공공시설의 위험 자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직사살수 행위는 목적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동시에 피청구인 서울경찰청장은 이 사건 집회 당시 경찰 인력, 장비 운용, 안전 관리 등을 총괄 지휘했는데, 살수차의 사용을 명령하는 지위에 있는 피청구인들로서는 첫째, 시위대의 규모, 시위 방법, 살수차의 위치 및 시위대와의 거리 등 구체적인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하고, 둘째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히 초래됐고, 다른 방법으로는 그 위험을 제거할 수 없는지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야 하며, 셋째 직사살수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해도, 그 위험을 제거하기 위해 직사살수의 ‘시기, 범위, 거리, 방향, 수압’ 등을 구체적으로 지시해야 하고, 넷째 직사살수의 필요성이 소멸했거나 과잉 살수가 이뤄지는 경우에는 즉시 살수의 중단, 물줄기의 방향 및 수압 변경, 안전 요원의 추가 배치 등을 지시할 의무가 있다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위 사실에 비춰보면, 청구인의 행위로 인해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험이 명백하게 초래됐다고 볼 수 없어 직사살수 행위의 필요성을 인정할 수 없고, 오히려 시위대의 가슴 윗부분을 겨냥한 직사살수가 지속적으로 이뤄져 인명 피해의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으므로, 피청구인들로서는 과잉 살수의 중단, 물줄기의 방향 및 수압 변경, 안전 요원의 추가 배치 등을 지시할 필요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들은 현장 상황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시위대를 향해 살수하도록 지시해 청구인의 머리와 가슴 윗부분을 향해 약 13초 동안 강한 물살세기로 직사살수가 계속됐고, 이로 인해 청구인은 상해를 입고 약 10개월 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다가 사망했다. 그렇다면 이 사건 직사살수 행위는 ‘침해의 최소성’에 반한다.

    또 직사살수 행위를 통해 청구인이 홀로 경찰 기동버스에 매여 있는 밧줄을 잡아당기는 행위를 억제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공익은 거의 없거나 미약했던 반면, 청구인은 직사살수 행위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으므로, 직사살수행위는 ‘법익의 균형성’도 충족하지 못했다.
     
    6년 전 헌법재판소는 ‘한미FTA저지범국민대회’집회에서 경찰의 물포발사 행위로 상해를 입은 사람들이 청구한 사건에서 근거리에서의 물포 직사살수라는 기본권 침해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설득력 없는 각하결정을 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에서는 비록 청구인이 사망해 주관적 권리보호이익이 없어 보이지만, 직사살수행위는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중대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하고, 헌법재판소는 직사살수 행위가 헌법에 합치하는지 여부에 대한 해명을 한 바 없으므로, 심판의 이익을 인정할 수 있다고 했다. 두 개를 비교해보면 금 번 결정의 진가를 쉽게 알 수 있다.
     
    2020년 4월 23일 헌법재판소는 이 사건 직사살수 행위가 과잉금지원칙에 반해 청구인의 생명권 및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헌법에 위반됨을 확인했다. 논리도 내용도 옳기에, 비판은 없다.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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