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크리에이터] 미술 카페 박미숙 느린시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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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동네 크리에이터] 미술 카페 박미숙 느린시간 대표

    • 입력 2020.06.14 06:55
    • 수정 2023.09.07 12:51
    • 기자명 방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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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투데이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역의 고유 자원을 사업화, 대안적인 자영업 생태계를 제안하는 로컬 크리에이터를 돕기 위해 ‘우리동네 크리에이터’를 연중 기획으로 보도합니다. <편집자>

     

    카페 '느린시간'에 전시된 안용선 화백의 작품. (사진=박지영 기자)
    카페 '느린시간'에 전시된 안용선 화백의 작품. (사진=박지영 기자)

    "마흔살 무렵부터 뒤늦게 철학을 공부하면서 나라는 사람은 누구이며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이 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됐어요. 저는 주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을 잘하는 사람인데, 이 같은 저의 문화적 재능과 본능을 지역사회와 함께 확장시킬 수 있는 일에 도전해보기로 했습니다."

    미술관이나 전시관이 아닌 일상적인 공간을 통해 강원지역 화가와 작품을 소개하는 카페 '느린 시간', 그리고 화가와 연계해 작품을 기관 등에 렌탈하는 '예술공감'을 운영하는 박미숙(53) 대표는 이 같이 미술을 통해 자신의 꿈을 꾸려나가고 있다.

    박 대표는 그가 쉰살이던 해인 2016년 10월, 동면 만천리에 갤러리 카페 '느린 시간'의 문을 연 후 3년 반 넘게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가게를 오픈할 때부터 콘크리트 벽의 여백을 중시하고 클래식 음악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등 그림을 전시하는 카페로 설계했다.

     

    카페 '느린시간' 박미숙 대표. (사진=박지영 기자)
    카페 '느린시간' 박미숙 대표. (사진=박지영 기자)

    30대부터 춘천여성민우회나 녹색당 등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나이가 들면서 좀 더 자유로운 교류와 소통을 하고 싶어 카페와 미술을 택했다.

    박 대표는 "보통 미술 애호가들이 찾아가는 전시관이 아닌 카페라는 일상적인 공간에 그림과 이야기가 들어가 있으면 손님들도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이곳에서의 만남 역시 좀 더 좋은 관계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창업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미술 전공자가 아닌 감상자의 눈으로 매장에 오는 손님이나 SNS에 작품을 소개하며 이달로 벌써 36번째 전시를 꾸리고 있다. 현재는 힌국화를 그리는 안용선 화백의 'SOSO(小疏)' 전시회가 진행 중이다. 이제는 SNS를 통해 먼저 알고 찾아오시는 이들도, 앞서 전시된 다른 작가와 비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박미숙 대표가 진행 중인 전시회 및 문화행사 포스터. (사진=박지영 기자)
    박미숙 대표가 진행 중인 전시회 및 문화행사 포스터. (사진=박지영 기자)

    느린 시간에서는 미술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행사도 진행된다. 지난해까지는 지역 예술가들을 초빙, 글쓰기나 그림 강좌, 음악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작가와 50·60대 시민을 연결하는 '춘천 아트로드'라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시민 12명이 두 팀으로 나눠 지역작가 6인의 작업실을 찾아 자신의 삶을 표현하는 예술여행이라고 할 수 있다.

    박 대표는 이 같은 예술 프로그램을 3년 정도 진행해온 경험으로 올해 초 '예술공감'이라는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이곳은 지역작가들의 작품을 공공기관이나 기업 등에 1년 단위로 렌탈해주고, 렌탈비의 일정 부분을 작가의 수수료로 지급하는 일을 한다. 

    순수예술에 대한 관심이 점차 사라지는 요즘 같은 시대에 작가들의 성취감을 고양시키기 위한 일을 고민하다가 착안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예술공감의 취지에 공감한 강원도교육청, 춘천교육문화관 등 춘천지역 기관들은 올해 초부터 렌탈을 신청해 서비스를 받고 있다.

     

    춘천교육문화관에 걸린 강원지역 작가의 작품들(사진=박미숙 대표)
    춘천교육문화관에 걸린 강원지역 작가의 작품들(사진=박미숙 대표)

    국내 수많은 갤러리 카페 가운데 '느린 시간' 만의 눈에 띄는 특징은 지역 화가 위주로 매월 정기적으로 작품 전시를 한다는 점이다. 창업 후 2년까지는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활동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심정으로 버틴 결과, 점차 지역 예술가들과 일반시민들에 입소문이 나면서 고객이 늘어났다.

    박 대표는 "단골분들에게 늘 감사한 마음이다. 그림을 감상하든 책을 읽든 휴대폰을 하든 이 공간을 편하게 생각하고 저라는 사람이 만들어내는 것들에 호의를 가지고 지지를 보내는 것을 느끼면 스스로가 인정받는 느낌이 든다"고 밝혔다. 또 "작품 전시 때 작가님이나 고객들이 제 의도를 이해해주시고, 이들 사이에서 조그마한 역할이라도 할 수 있는 것에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카페 '느린시간' 외·내부 전경(사진=박지영 기자)
    카페 '느린시간' 외·내부 전경(사진=박지영 기자)

    전문적인 로스팅 기술은 없지만, 좋은 재료로 좋은 커피를 대접하겠다는 게 그의 운영 원칙이다. 이윤을 생각하지 않고 손님들에게 정성을 다하니 손님들 역시 친절로 그를 대한다고.

    박 대표는 과거 사회운동가에서 예술사업가로 변모했듯 앞으로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삶을 살겠다는 마음이다. 한 우물만 열심히 파서 장인이 되는 삶도 가치가 있지만, 새로운 것을 추구함으로써 또 다른 형태로 발전하는 삶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그는 새로운 경험을 쌓기 위한 일환으로 앞으로 2~3년간은 예술공감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한 개인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많이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자신이 잘하고 원하는 것을 찾아가면 지역 사회는 물론 전세계도 좋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MS투데이 방정훈 기자 hito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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