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김은숙 작가의 ‘더 킹’이 드러내는 문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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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김은숙 작가의 ‘더 킹’이 드러내는 문제들

    • 입력 2020.05.19 09:16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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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우리나라에서 김은숙 작가 하면 드라마계에서는 가히 정상급이다. ‘태양의 남쪽’(2003)으로 드라마 대본의 집필을 시작한 김 작가는 ‘파리의 연인’(2004)이 대박이 나면서 방송계에 크게 이름을 알렸다. 이후부터 ‘태양의 후예’(2016) ‘도깨비’(2017) ‘미스터션샤인’(2018)까지 그야말로 실패를 모르는 작가였다. 이렇게 성공 확률이 높은 작가는 거의 없다.

    하지만 요즘 방송되고 있는 SBS 금토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로는 김은숙 작가의 진화를 논하기는 힘들 것 같다. 시청률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

    기자가 보기에는 김은숙 작가 스스로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로맨틱 코미디류를 내놨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김 작가는 ‘파리의 연인’류의 로코와는 다른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 평행세계라는 새로운 개념을 들고 나왔다. 대한제국(황제)과 대한민국(형사), 1과 0 사이, 이과형과 문과형 등으로 새로운 상황의 판타지가 나오도록 했지만, 평행세계 부각마저도 시청자에게는 별로 흥미 있게 다가가지 않는 것 같다. 그리고 나머지는 김은숙 작가가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못한 오글거리는 말장난의 향연으로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와 닿지 않는 대사의 남발로 스토리의 허술함이 점점 더 강하게 느껴진다. 중견작가도 공부하지 않으면 신인 작가보다 내공이 뒤떨어질 수 있다. 작가는 공부(독서와 사색, 체험 등등)뿐만 아니라 플랫폼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업무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이제는 의미 없는 대사들로 이뤄지는 분량 채우기가 안 통하는 시대다.

     

    ‘더 킹’의 대사들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어느 정도 먹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준 높은 장르물들을 경험한 시청자의 눈은 많이 올라가 있다. 이 정도의 서사구조와 진행방식으로는 김은숙 로코 월드는 시청자에게 이미 읽혀져버렸다.

    대한제국의 황제 이곤(이민호 분)과 대한민국의 형사 정태을(김고은 분)이 키스하고 포옹을 해도 별다른 느낌이 없다. 작가와 시청자의 감성 진도가 다르다. 

    이건 김은숙의 전작들에서 만들어낸 멜로구도, 이병헌-김태리(미스터션샤인), 공유-김고은(도깨비) 때와는 판이하다. 이민호와 김고은의 감정은 평행세계를 오가며 서로 절절하고 애틋한 것 같은데, 시청자들은 별로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물론 중반이후 기대감을 가지게 하는 서사구조가 있기는 하다. 역적인 금친왕 이림(이정진 분)이 이곤(이민호)이 지니고 있는 ‘식적’의 반쪽을 찾으러 올 것이라는 것이다. ‘식적’은 대한제국과 대한민국 두 세계를 넘나들 수 있는 오브제다. 그래서 이곤이 위기에 빠지게 되면서 이곤과 정태을(김고은)의 공조가 시작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것이 두 사람의 관계와 감정이 깊어질 수 있는 절호의 계기로 작용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기대도 지난 19일 방송된 9회를 보면서,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회에서 조금 나아지기는 했지만, 간접광고(PPL)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음이 느껴졌다. 

    9회 전반부에서 정태을(김고은)이 들고있는 휴대폰 요기요 앱이 클로즈업되면서, 태을이 “오 얘 좀 똑똑한데? 몇 번 시켰다고 이 모씨 입맛을 귀신같이 저격하네”라는 대사를 했다. 이쯤 되면 간접광고(PPL)가 아니라 직접광고 또는 홈쇼핑 같았다.

     

    ‘더 킹’은 이전에도 과도한 간접광고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이민호가 커피를 마시며 첫 맛은 풍부하고, 끝맛은 깔끔해라는 광고 카피 같은 문구가 대사로 등장했고, 김고은이 멀티밤을 바르면서, 입술과 얼굴에도 바르는 멀티밤 모르냐고 할때부터 도를 넘은 PPL에 대한 비난이 쇄도했다. 시도 때도 없이 치킨을 먹는 이민호는 실제로 치킨 모델이다. LED마스크도 인물의 감정선을 해칠 정도로 자주 등장한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오히려 더 심해진다. PPL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니다. 방송법 시행령에는 프로그램 내용이나 구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에서 간접광고를 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돼 있다. 하지만 이런 규정을 이미 넘어선 상태다. 그렇다면 시청자와 언론의 정당한 지적은 수용해야 한다. 과도한 직접광고(PPL)를 간접광고화하거나 자제하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옳다.

    연예 커뮤니티에는 ‘더킹’의 과도한 PPL때문에 드라마를 끊었다는 의견들이 올라오고 있다. 이런 의견을 계속 무시하고 과도한 PPL을 계속 한다는 것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처사이자, 제작진이 돈독에 올랐다는 해석 외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앞으로 남은 회차에서 드라마의 맥과 흐름을 끊어놓을 정도의 과도하고도 노골적인 PPL을 방치하지 말기를 바란다. 이 드라마가 송출되는 전파는 지상파이자 공공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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