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세상읽기] "Hakuna Matata"(하쿠나 마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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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의 세상읽기] "Hakuna Matata"(하쿠나 마타타) 

    • 입력 2020.04.02 07:00
    • 수정 2020.04.02 08:07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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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올해 초 중국이 폐렴 원인을 신종 바이러스라고 밝힐 때만 해도 가벼운 감기 정도인 줄 알았지 전 세계를 전신 마비시킬 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는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발원지인 중국은 큰불을 잡은 것 같은데, 느긋했던 미국과 유럽에서 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초기에 방심했던 선진국들은 뒤늦게 전시상황에 준하는 극단조치를 취하고 있다. 돌발적 전염병 하나로 전 세계를 공황상태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21세기에서 상상하기 힘든 비극이다. 우리나라 정부와 지자체, 진료본부는 물론, 현장에서 사투를 벌여온 의료진들의 희생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지금까지 잘 버티고 있다.

    이번 비상위기사태를 보면서 첫째, 국가 리더십의 중요성을 다시 깨달았다. 대만이나 싱가포르는 중국과 ‘거리·운명’에 있어 가까우면서도 사태 초기 단호한 억제조치로 코로나 환란을 줄였다. 국가 지도자의 결단이 나라와 국민을 살렸다. 그런데 우리는 상황판단도 늦었지만 상황에 대한 인식도 안이했다. 바이러스 방역은 ‘차단, 진단, 관리’의 3단계로, 우리는 진단과 관리에 있어 세계적 모범사례에 해당하지만, 초기 유입 차단에 실패했다. 경계에 실패한 지휘관은 용서될 수 없다는 말이 새롭다. 

    둘째, 우리 국민은 정부가 엎지른 물을 최대한 잘 수습하고 있다. 현장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의료진들의 희생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지금까지 잘 버텨오고 있다. 드라이브 스루 진단과 마스크 약국판매 등이 국민의 아이디어라고 해서, 정부를 질책할 필요는 없다. 관군이 망친 나라를 의병이 구한 것이 우리의 역사다. 미국과 유럽의 허둥지둥한 모습을 보며 으쓱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실수로 태풍 때 문을 열어 놓아 가족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가장이 물에 잠긴 옆집보다 자기가 잘했다고 말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4월 1일부터 모든 입국자 2주간 의무 격리 (CG)[연합뉴스TV 제공]
    4월 1일부터 모든 입국자 2주간 의무 격리 (CG)[연합뉴스TV 제공]

    셋째, 정부는 바이러스 방역문제를 외교적 정쟁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출입국제한과 금지, 입국하는 내외국인의 격리와 비용처리 등은 방역 그 자체로 해결해야 한다. 방역을 외교적 보복 차원이나 국가 자존심 차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상대국에게 출입국차단의 이해를 구하고, 질병정보를 공유하며, ‘마스크 및 방역장비 스와프’도 실천해야 한다.

    넷째, 정부는 지난 1일부터 모든국가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를 의무화했다. 이는 차단 효과가 큰 시설격리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가족전염을 막기 어려운 자가격리로는 방역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의심증상이 있는 해외입국자가 무분별하게 여행을 다니면서 감염을 확산시키고 있는데, 이들에 대해서는 법적제재를 해서라도 감염전파를 막아야 한다. 외국인들 또한 자가격리의무를 무시하고 거리를 활보하고 있는데, 외국인은 원칙적으로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 초기 방역 실패의 우를 또 되풀이할 것 같아 염려된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다섯째, WHO의 무능과 부패다. WHO 사무총장은 우한 폐쇄를 보고, “세계가 중국에 빚을 졌다”고 말하는 등, 중국에 대한 사대가 도를 넘는다. 물론 아프리카 출신 첫 사무총장에다 비의사 출신으로 중국 덕분에 총장에 당선됐으니, 또 연임에 야심이 있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지나친 중국 편들기다. 산불을 진화해야 할 사람이 불이 붙어 번지는데, 진화는 외면하고 불낸 사람을 옹호까지 하면서, 산 전체에 불을 번지게 했다.

    여섯째, 이 와중에 여당은 결국 비례위성정당을 만들기로 했다. 기득권 정당의 다툼으로 군소정당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민주당이건 통합당이건 비례정당은 묘수도 꼼수도 아닌, 술수에 불과하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보기 민망한 정치판의 이합집산은 비례정당 자체가 술수이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다. 누더기 선거법을 만들더니 결국 누더기 비례정당 사태를 초래했다. 민주당은 친문 및 친조국 성향의 이름조차 생소한 군소 원외정당들과 함께 한다고 한다. 통합당과 미래한국당도 목불인견은 마찬가지다. 차명계좌의 명의인이 계좌의 돈을 자기 돈이라고 한다. 차명계좌 자체가 비난받을 일이지만 남의 돈(통합당)을 내 돈(미래한국당)이라고 우겨서는 안 된다.

    여당은 공수처법 등을 통과시키는 데 열과 성을 다하고, 조국 편까지 들어준 정의당에 대해 배신의 칼을 꽂았다. 여당은 최소한의 정치적 도의마저 저버렸다. 정치의 무상함이다. 그렇다고 해도 정의를 외면한 정의당의 자업자득이다. 명예교수가 돼 찾는 이도 없고, 코로나로 집에만 있다 보니 안 할 걱정까지 하게 된다. 최근 폭발적 인기를 끈 ‘미스터 트롯’에서 우승한 임영웅의 결선 마지막 노래가 ‘사랑의 배신자’였다.

    “Hakuna Matata”(하쿠나 마타타)는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용어인데,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 뜻의 ‘스와힐리어’다. Ha는 ‘no’, kuna는 ‘이다’, matata는 ‘문제, 걱정거리’라는 뜻으로, 합치면, “문제 없다, 걱정하지 마라”다. 하쿠나 마타타는 일할 때, 상대를 격려할 때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모자나 티셔츠에 새겨질 정도로 유명하다. 지난 아프리카여행 때 배운 기억나는 표현이다. 전 세계가 코로나로 흔들리고 있다. 질병이 인류를 괴롭혀 왔지만 인류를 이긴 질병은 없다. 지금의 국가위기, 문제없다. 근심 걱정 모두 떨쳐버려라, “하쿠나 마타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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