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 유재석이라는 콘텐츠 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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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 유재석이라는 콘텐츠 파워 

    • 입력 2020.03.30 15:06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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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유재석은 호감도가 매우 높은 연예인이다. 예능인으로서 끼와 재주, 즉 예인(藝人) 기질이 있지만, 얼핏 평범해 보이는 사람이 오랜 기간 열심히 노력해서 지금의 위치까지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는 점이 좋은 이미지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게 하는 요인이다.
     
    유재석은 어느 연예인보다도 모범적인 삶을 살고 있다. 혹자는 ‘무한도전’이 종영했을 당시, 유재석에 대해 급변하는 예능 트렌드에서 살짝 올드함을 얘기한 듯하다. 하지만 29년간 현역 예능인으로서 주류에 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모습이다.
     
    그는 한국에서 연예인으로 활동하는데 중요한 요소인 자기 절제력과 인성에서 워낙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국민이 그를 보호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할 정도다. 청정지역에 있는 유재석만은 잃고 싶지 않겠다는 마음, 즉 팬심이다. 이 부분에서는 다른 방송인들의 타의추종을 불허하게 한다. 이렇게 오랜 시간 자기 절제와 조절 상태를 유지한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유재석이 얼마나 반듯하게 사는 지에 대해서는 긴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유재석은 모범적 삶을 살아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소통력도 매우 좋은 연예인이다. 그의 소통력은 최근에는 MBC 코로나19 확산으로 밖에서 사람들을 만나기 힘든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획으로 승부한 ‘놀면 뭐하니’와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잘 발휘되고 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이언주 작가는 월간 방송작가 2019년 8월호 기고에서 “유재석이 ‘무한도전’의 백 명 가까운 스태프 이름을 빠짐없이 외우고 있는 건 이미 유명한 일화. 그뿐 아니었다. 머리 잘랐구나? 연애는 잘 되고있니? 어머니 환갑 잘 치렀니? 등 스태프 대소사까지 챙겼다”면서 “심지어 (유재석이) ‘내 꿈은 카페 사장이야. 손님들이랑 수다 떨면서 노년 보내고 싶어’라고까지 말했다”고 전했다.
     
    유재석의 배려심은 상대에 대한 칭찬 남발이 아니라 사람에 대한 관심과 세세한 관찰력에서 나온다. 이 작가는 이 글에서 “(유재석은) 시민과의 만남 역시 허투로 넘기는 법이 없었다. 저 어르신들이 이 시간에 배낭을 메고 단체로 어딜 가시는 건지? 에어로빅을 몇 년이나 하면 저런 근육이 생기는 건지? 저 잉꼬부부의 러브스토리는? 사람에 대해 물음표를 달고 살았다”고 썼다.

     

    유재석은 오래전부터 작가들이 써준 질문을 던지는 방송인과는 달랐다. 리얼리티 예능 시대에 MC 유재석의 토크가 점점 더 잘 먹혀들어간 것은 사람에 대한 진짜 관심과 관찰에서 비롯됐다. 관심은 관심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개개인 한사람의 팩트까지 일일이 체크하는 근면성이 가미된 관심이다. 이게 MC 유재석의 힘이다.
     
    그래서인지 요즘 유재석은 뭘 해도 된다. 웃겨도 되고, 울려도 된다. ‘1인 무한도전’을 펼쳐도 시청자들은 환영해준다.  
     
    유재석이 이렇게 될 수 있는 이유로는 전술했듯이, 자기 절제력, 인성, 소통력 외에도 시대 정신과 함께 하고 있음도 알게 된다. 그는 트렌드적 인간이기도 하다. 그것은 요즘 ‘놀면 뭐하니?’와 ‘유 퀴즈 온 더 블럭’을 보면 더욱 잘 알 수 있다.

     

    ‘놀면 뭐하니?’에서는 요즘 예능 트렌드의 하나인 ‘부(副)캐’를 계속 선보이고 있다. 본질적인 인물과 캐릭터가 독립적으로 분리되는 현상으로 ‘본(本)캐’외에 유산슬과 유르페우스 등 부캐들을 계속 탄생시키고 있다.
     
    ‘놀면 뭐하니-방구석 콘서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소된 공연의 주인공을 초대해 안방극장에서 공연을 볼 수 있게 해줬다. 이는 직격타를 맞은 공연 문화계를 응원하는 효과 외에도, 제한된 일상을 보내며 어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청자에게도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지난 3월 11일 방송된 ‘유퀴즈’에서는 유재석이 서울에서 대구로 한달음에 달려가 열심히 일하고 있는 ‘간호사 자기님’과 대화하던 중 눈물을 쏟았다. 유재석의 진심 어린 눈물에 많은 시청자 또한 공감을 표했고, 위로를 받았다.

     

    유재석의 이런 모습들은 김난도 교수팀의 ‘트렌드 코리아 2020’이 선정한 ‘2020년을 이끌 10대 키워드’ 중 하나인 ‘업글인간’(Elevate yourself)에도 부합한다. ‘업글인간‘은 성공보다 성장을 추구한다. ‘스펙인간’이 영어회화 등 직무와 관련된 무기를 늘려나간다면, ‘업글인간’은 ‘남들보다 나은 나’가 아닌 ‘어제의 나보다 나은 나’를 추구한다.
     
    예를 들면, 일과 상관없이 퇴근 후 기타나 제과제빵을 배우거나, 운동을 하는 것이다. 1인 캐릭터의 확장, 멀티 페르소나의 하나로 ‘유튜버’라는 모드(mode) 전환으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도 업글 인간의 모습이다.
     
    유재석은 타인보다는 스스로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인간이다.(그것은 역설적으로 타인과의 경쟁에서도 승리한다.) 때문에 유재석은 다른 사람과 함께 방송해도 승자와 패자가 없다. 유재석은 끊임없이 새로움에 도전하고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면서도 재미와 의미 사이의 균형을 지켜나간다. 시대적으로 잘 맞는 연예인이다. 대중들은 앞으로도 이런 유재석을 계속 지지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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