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세상읽기] 아프리카를 가다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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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의 세상읽기] 아프리카를 가다 上

    • 입력 2020.03.10 11:26
    • 수정 2020.03.18 17:54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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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2020년 2월 정년퇴직을 기념해서 퇴직금의 일부를 털어 아프리카를 다녀왔다. 작년에 남미를 여행했으니 이번으로 6대 주를 모두 밟게 됐다. 아프리카는 나라가 많고 여행 금지구역도 있어 여행 프로그램을 짜기가 쉽지 않았다. 기간은 킬리만자로 산과 나미브 사막이 포함된 21일 여정으로 했다. 기독교 성지중 하나인 에티오피아는 후일을 기약했다. 

    마침 교회에서 40일 특별 새벽기도회가 진행 중인 시기였다. 순원들에게 새벽기도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순장으로서, 또 교회에서 함께 사역하는 분이 가나로 의료선교를 다녀온 상황이라 말도 제대로 꺼내지 못하고 죄인 심정으로 여행을 떠났다. 여행연기도 쉽지 않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2월 5일 출발을 결단했다. 돌아올 즈음에는 코로나가 진정될 줄 알았다.
     
    아프리카는 크게 '중앙, 동, 서, 남, 북'아프리카로 나눌 수 있다. 중앙·남아프리카는 지역표시지만, 공화국을 붙이면 하나의 고유한 국가(중아공, 남아공)로 존재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번 여행은 ‘동·남 아프리카’를 주로 그 대상으로 했다. 아프리카 여행은 통상 사파리, 빅토리아 폭포, 희망봉과 케이프타운이 핵심이며, 나미브 사막과 킬리만자로는 필수 또는 선택이다.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을, 살아있는 아프리카와 죽은 아프리카로 나눠본다. 

     

    남아프리카.사진/셔터스톡
    남아프리카.사진/셔터스톡

    먼저 살아있는 아프리카로는 첫째, 창조주는 이 세상을 공평하게 창조하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TV로 접하는 아프리카는 주로 척박한 모습이었지만, 실제 만난 자연환경은 다른 어떤 대륙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아름답고 풍요로웠다. 여행자들이 주로 들리는 특정 지역 외에, 그 여정에서 만나는 아프리카의 모습이 아름답고 풍요롭다는 뜻이다. 아프리카의 여름은 건조해서 좋았고, 공기는 너무 청정해서 수입하고 싶을 정도다. 우리의 맑은 하늘은 언제나 가능할지 모르겠다.

    둘째, 동·남 아프리카는 기독교 인구가 많았고 무슬림을 압도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북아프리카는 제2의 중동지역으로 무슬림이 지배적이지만, 케냐·탄자니아·남아공·잠비아·짐바브웨·보츠와나·나미비아 등은 50~80%에 이를 정도로 기독교 신자가 많았다. 이번에 방문한 동·남아프리카는 모두 차량이 좌측통행을 하고 있었다. 영국식민지 영향을 받아 그런 것이겠지만, 독일 지배를 받은 나미비아 역시 좌측통행이었다.

     

    빅토리아 폭포.사진/셔터스톡
    빅토리아 폭포.사진/셔터스톡

    셋째, 아프리카와 친해질 수 있었다. 지도·문화·사람·나라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높일 수 있었다. 킬리만자로, 빅토리아, 나미브 사막, 세렝게티, 옹고롱고로, 잔지바르, 테이블 마운틴, 희망봉 등이 머리에서 잘 정돈됐다. 동아프리카의 관문은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다. 나이로비에서는 여행객들의 짐을 버스 위, 사각형 울타리 안에 싣고 운행하였다. 케냐와 탄자니아는 드넓은 국립공원을 공유하면서 위 아래로 접해있고 모두 인도양에 접해있다. 탄자니아 아래로 잠비아와 짐바브웨가 빅토리아 폭포를 공유하고 있다. 짐바브웨 바로 아래가 보츠와나다. 잠비아, 짐바브웨, 보츠와나는 내륙국으로 바다가 없다. 나미비아는 남아공 왼쪽 위에 있고, 오른쪽에 보츠와나가 있으며, 대서양과 접해있다.

    넷째,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산의 전경이 너무 멋졌다. 원통형 모양의 구름 위로 솟아난 설산 모습은, 단순 비교는 미련한 것이지만, 스위스의 체르마트와 견주어도, 아니 그 이상의 아름다움과 위풍을 느낄 수 있었다. 2~3 시간 산을 탔지만 표범은 만나지 못했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다섯째, 대초원 사파리는 아프리카에서만 가능하다. 사파리를 현지에서는 ‘game-drive’로 표기한다. 그 이유는 초원에 나간다고 언제나 동물이 떼로 움직이거나 풀을 뜯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차를 타고 동물을 찾아 이곳저곳 다녀야 가능하며, 만날 수 없는 확률도 높기에 game이라고 하는 것 같다. 오픈 상태의 차를 타고 빅5(사자, 코뿔소, 표범, 버팔로, 코끼리)를 찾아다닌다. 사파리가 가능한 곳은, 세렝게티, 옹고롱고로(탄자니아), 마사이마라(케냐), 초베(보츠와나) 등으로, 금 번 여행에서는 세렝게티, 옹고롱고로, 초베를 경험했다.

    여섯째, 사파리하면 수많은 동물 떼와 심지어 사자가 차 근처에 있는 경험을 상상하게 되는데, 결코 쉽지 않은 어쩌면 어림없는 일일 수 있다. 동물을 쉽게 만날 수 없는 이유는, 동물들은 이른 새벽이나 밤에 움직이기 때문이며, 끊임없이 풀을 찾아 이동하기 때문이다. 세렝게티와 마사이마라는 탄자니아와 케냐의 국립공원으로, 구별되지만 동물에게는 하나의 초원일 뿐이다. 1월 말부터 2월에, 남쪽 세렝게티에서 시작해서 풀을 쫓아 시계방향으로 이동하며 우기인 6-7월에는 북쪽 마사이마라로 이동한 후, 다시 남쪽으로 내려온다고 한다. 이 시기를 맞추지 않으면, 누와 얼룩말 떼를 보는 것은 벚꽃 만개 시기를 맞추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일곱째, 세렝게티를 찾은 날, 동물 구경을 제대로 못해 너무 실망스러웠다. 동물의 왕국을 많이 본 탓에, 코끼리, 얼룩말, 기린은 지천이고 사자가 우리의 오픈 카 위로 올라오면 어떻게 하나를 걱정했는데, 5-10분 다녀야 겨우 동물을 만났고, 4-5시간 동안 헤매면서 빅5 중 4개(사자, 표범, 코끼리, 버팔로)를 멀리서 겨우 보았다. 이 먼 곳을 비싼 돈을 들여가며 왔는데, 이 암담한 상황을 이웃에게 어떻게 ‘솔직하고 바르게’ 전해야 할지 가슴이 답답했다. 50m 거리 내에서 젊은 사자 머리를 온전히 본 것은 행운이었다. 다음 날 무거운 마음으로 세렝게티를 떠나 옹고롱고로로 가는데, 눈을 의심할 정도의 장관이 펼쳐졌다. 수천 마리가 넘어 보이는 셀 수 없는 누와 얼룩말 떼들이 1㎞도 넘게 떼를 지어 1-2열로 뛰며 행진하는 모습이 바로 눈앞에서 펼쳐졌기 때문이다. 동물의 왕국에서 본 바로 그 모습이었다. 일행 모두에겐 함성과 탄식뿐이었고 너무 놀라 제대로 사진을 찍지도 못했다. 엄청난 행렬이 차량이 진행해야 할 길을 가로질러 오른쪽 초원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 순간 고민도 들었는데, 그들이 스스로 멈춰서는 바람에 길을 갈 수 있었다. 장관 중의 장관이었고, 가이드도 이런 장관은 처음 보았다고 하니 엄청난 행운인 것만은 틀림없었다. 이것이 세렝게티인가 보다.

     

    사진/셔터스톡
    사진/셔터스톡

    여덟째, 세렝게티에서는 동물을 만나기 힘들어도(?), 옹고롱고로는 언제나 많은 동물을 만날 수 있다. 옹고롱고로는 지름이 15㎞, 가장자리는 평균 500m 울타리로 둘러 쌓인 세계 최대 분화구여서, 동물이 외부로 나갈 수도 유입도 불가능해, 사자를 포함해서 많은 동물을 언제나 만날 수 있다. 우리는 옹고롱고로에서 태어난 지 몇 시간 되지 않은 갓 태어난 누를 4-5마리 볼 수 있는 행운을 가졌다. 출산 후 피곤해서 풀썩 주저앉은 어미 누,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쓰다 다시 주저앉는 새끼 누, 엄마가 젖을 주려고 힘을 내서 일어나니 따라 일어나는 새끼 누, 찐한 광경이다. 엄마와 새끼만이 느낄 수 있다, 아버지는 꽝이다. 이런 종류의 새끼들은 30분만 지나면 걸을 수 있다고 한다. 창조주의 계획이다. 그렇지 않으면 강한 동물에게 먹히기 때문이다. 옹고롱고로의 롯지에서 바라본 뷰는 지금까지 여행 중 ‘숙박시설’에서 바라 본 뷰 중 가히 최고였다. 그림 같은 전경은 아니지만 500m 높은 위치에서 분화구 전체의 웅장한 모습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보츠와나의 아름다운 초베에서 수많은 코끼리를 만났다. 초베는 특히 코끼리로 유명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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