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의 세상읽기]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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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담의 세상읽기]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 입력 2020.03.03 09:39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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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김학성 강원대학교 명예교수·한국헌법학회 고문

    우리는 '초연결시대'에 살고 있다. 신종 코로나가 발병된 지 불과 몇 개월도 안 됐는데, 전세계를 공포에 몰아놓고 세계를 마비시키고 있다. 아직도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에 대한 기억이 생생하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 박근혜 정부는 186명의 확진자와 38명이 사망함으로 발원지 사우디 아라비아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불명예 중 불명예였다. 당시 야당 대표였던 문 대통령은 보건당국의 낙관론은 이번에도 틀렸다고 하면서 정부는 책임을 부처와 민간으로 떠넘기려 한다고 비판했다. 또 메르스 슈퍼 전파자는 정부 자신이라고 하면서 박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우리는 말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다. 사람의 말도 홍수 때 쏟아지는 물과 마찬가지로 가두어놓고 가라앉혀 걸러내야 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얻은 말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SBS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전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코로나19 대응 경제계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SBS

    첫째, 말을 너무 앞세우면 말을 잃게 되니, 신중한 한마디의 말이 중요하다. 특히 위정자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다', 추미애 장관의 '아주 실효적으로 차단했다. 중국 측이 각별히 고마워했다', 박주민 민주당 최고위원의 '정부의 대응태세가 세계적 모범사례로 인증됐다'고 했다. 하지만 3월 2일 현재 확진자 수는 4212명으로 독보적 2위다. 또 말의 억양의 중요성도 새삼 깨닫게 됐다. 대통령이 머지않아 바이러스가 '증식'될 것이니 창궐을 경고한 것인데, 대통령의 경상도 억양에 어두운 국민들이 '종식'으로 잘 못 알아들었을지도 모른다.

    둘째, 말이 아닌 말, 궤변이 넘친다. 유시민의 '대구시장은 코로나19를 막을 생각이 없어 보인다', 홍익표 민주당 대변인의 대구봉쇄 발언이 그것이다. 유시민의 궤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어서 대꾸할 가치조차도 없지만, 대구시민을 위해 온 몸을 던지는 시장에 대한 중대한 모욕이다. 홍익표의 문제 된 발언은, '대구·경북은 감염병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통상의 차단조치를 넘는 최대한의 봉쇄조치를 시행해 확산을 조속히 차단하기로 했다'인데, '통상의 차단조치를 넘는 최대한 봉쇄조치'란 누가 봐도 우한 봉쇄와 같은 봉쇄로 읽혀진다. 홍익표는 사퇴하면서 구차한 변명까지 했다. 궤변은 방어할수록 말이 보태지면서 자기모순의 정체를 드러내게 된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가운데)이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지역사회 생활에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마스크 사용에 관한 대한의사협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가운데)이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임시회관에서 지역사회 생활에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예방 마스크 사용에 관한 대한의사협회 권고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셋째, 말이 흔한 세상이지만 잘 듣는 사람은 드물다. 의사협회나 감염협회는 위험지역에서 오는 입국자 제한이 필요하고, 우리 국민의 위험지역 방문도 자제시켜야 한다고 수차례 경고했지만, 정부는 전문가의 경고를 무시했다. 주변에서 직언하는 참모나 관료가 부족하다. 할 말을 못하고 눈치만 보면서 말을 삼가는 사람들이 주변에 적지 않은 것을 보니, 민주화의 길이 아직도 멀어 보인다.   

    넷째, 말을 안 해도 아는데 말도 아닌 말을 하니 울화만 치민다. 중국이 한국을 한심하게 보면서 한국이 방역통제 장치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면서, 한국으로부터 바이러스 역유입을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 방역과 외교는 별개란다. 맞는 말인데, 누가 할 말을 누가 하는지 듣기가 민망하다. 국가는 우리가 할 말을 남에게서 듣게 해서는 안 된다. 

    다섯째, 말이 되는 소리를 자주 들었으면 좋겠다. 오늘의 치욕과 고통에 신천지의 초 '익명·비밀주의'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그들이 감염병 예방법 등을 위반한 것은 명백하지만, 금번 사태가 전적으로 신천지 때문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중국이 1월 29일 우한을 봉쇄했다면 그보다 훨신 이전에, 그곳에 거주, 체류, 다녀온 사람은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입국금지나 제한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여섯째, 잘못을 저질렀으면 사죄는 진심을 담아 빨리해야 한다. 우한폐렴이 확산되자 미국 등 41개국이 중국 전역에 입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중국의 우방인 북한과 러시아는 코로나 사태 초기 국경을 닫아버렸다. 정부는 2월 4일에야 입국을 제한했는데, 방역의 기본원칙에 어긋나는 조치다. 입국제한은커녕 어려울 때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며 중국을 위로했고, 마스크 등 보내기 운동까지 하면서 위로했다. 친한 친구가 아플 때 병문안 갈 수 있고 병원비도 보탤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코가 석 자인 줄도 모르고 하면 어리석다고 한다.

     

    지난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평화의 궁전에서 이만희 총회장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한 거짓과 위선의 신천지에 대해서도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개신교회가 신천지를 '이단'으로 보는 것은 신천지가 성경에 명백히 어긋나기 때문이다. 성경은 예수 그리스도를 교회의 머리라고 하는데, 이만희는 교회의 명칭을 쓰면서 자신이 그 자리를 교주로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천지는 국가공동체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고 상식과 법을 위반하는 비협조로 국격에 훼손을 주고 전체 국민을 고통으로 결정적으로 내몰았다.   
      
    마지막으로, 감동을 주는 신중하고 무거운 말이 가끔이라도 들려오면 좋겠다. 이번 사태로 한국이 세계적 수모를 겪고 있다.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다 보니 전 세계 65개국이 한국인의 입국을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졸지에 위생 후진국으로 전락됐다. 또 중국과의 관계를 분명히 해야 한다. 중국과 우리나라는 운명공동체가 아니다. 경제이익을 전략적으로 공유하는 관계일뿐이다. 친중 성향의 현 정부와 껄끄럽고 불편한 미국이 그나마 우리를 고려해주고 있다. 누가 우방이요 혈맹인지, 피아를 식별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세계적 팬데믹 공포는 중국 때문이다. 중국이 전 세계에 엄청난 폐를 끼치고 있다. 지금 사태는 우한 폐렴이 강해서가 아니라 중국사회가 건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중국이 진실을 알린 이 시대의 작은 영웅 리원량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면 오늘과 같은 세계적 재앙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 촉구글과 반대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 촉구글과 반대글.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감염확산세가 언제쯤 진정될지, 국민들이 언제 다시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시작할지 아직은 막막하다. 일용직 근로자, 소규모 자영업자, 월급도 주기 어려운 중소기업 등에 대한 적극적 생활지원이 간절하다. 또 대구의 눈물과 경북의 호소에 귀 기울여 모든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위기가 기회라지만 지금처럼 해서는 안 되고, 고쳐서 대응했을 때만이 그렇다. 

    이 와중에 '탄핵과 응원' 청원이 경쟁하고 있는데, 국민의 통합조정자로서의 책무가 부여된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정말 죄송하다, 제 불찰이다, 안이했다, 탄핵·응원의 논의는 나중에 하고, 지금은 한마음으로 정부를 믿고 따라와 달라고 말해야 한다. 먹다 남은 음식을 내놓는 것과 같이 상투적인 말로 해서는 안 된다. 2015년 박근혜 대통령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요구했으니 이번은 문 대통령이 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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