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쉼터]요즘 드라마들의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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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연예쉼터]요즘 드라마들의 트렌드

    • 입력 2020.02.24 11:09
    • 수정 2020.02.24 11:54
    • 기자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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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서병기 헤럴드경제 대중문화 선임기자

    과거 드라마는 멜로물과 가족극, 사극이 거의 전부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즘 드라마는 검사, 의사, 야구선수와 구단 직원, 기간제 교사, 경제관료 등 직업 세계를 세밀하게 다루는 장르물이 대세다. 그럼에도 ‘로코’(로맨틱 코미디) 한 작품이 제대로 성공했다.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이다. 북의 남자와 남의 여자의 애틋한 사랑을 담은 이 드라마는 정확히는 로맨스 판타지 장르라 할 수 있다.

    케이블에서 마지막회 시청률이 21.7%까지 올랐다는 점은 이 로맨스물이 얼마나 크게 성공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무엇보다 현빈(리정력)과 손예진(윤세리)이 멋있고 예쁘면서 연기도 잘해 몰입도를 크게 올려주었다. 현빈에게 설렌다는 여성시청자들이 많았다.

    현빈이 왁스를 발라 옆으로 넘긴 머리를 하고 수트를 입고 나타나면 남자인 내가 봐도 멋있다. 한마디로 귀공자풍이다. 군대를 갔다 와서인지 ‘시크릿 가든’ 때와는 또 달리 ‘멋있음’에 ‘성숙미’가 추가됐다. 북한말을 써야 하고 대사가 별로 없는 배역이라 무심한 듯한 과장 없는 ‘순정남’ 현빈의 연기를 보면서 ‘믿음직스러움’이라는 이미지 하나가 더 추가됐다.

     

    사진=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스틸컷 
    사진=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스틸컷 

    그 옆에 연기 잘하는 손예진이 함께하자, 시청자들은 이 조합(케미)의 아름다움에 빠져 두 사람이 현실 커플이 되기를 바랄 정도였다. 둘 사이에 열애설이 난 것은 그런 여망을 담은 듯하다.

    정확한 발성을 기본으로 하는 손예진은 이번 드라마에서 코믹, 능청스러움, 병맛 유머, 발랄, 경쾌 등 그 어떤 전작보다 다채로운 얼굴을 연기했다. 특히 눈물을 흘리며 리정혁 대위를 그리워하는 손예진의 애틋한 연기는 대체재를 찾기가 힘들 정도다. 시청자들이 이들을 ‘둘리 커플’로 명명하며 둘의 로맨스를 ‘즐감’했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오랜만의 성공과는 달리 장르물은 다양하게, 그리고 활발히 제작되고 있다. 과거 장르물과 달라진 점은 드라마 속 직업의 디테일이 매우 잘 돼 있어 해당 분야 종사자들이 깜짝 놀랄 정도라는 점.

    최근 눈길을 끄는 장르드라마는 직업인으로서의 지방 지청 검사들의 애환 등을 담아 실제 검사의 모습과 가장 비슷하다고 평가받았던 ‘검사내전’과 기간제 교사 이야기인 ‘블랙독’, 야구시즌을 준비하는 프런트들의 겨울 이야기인 ‘스토브리그’, 금융스캔들 위기를 다룬 경제관료 드라마 ‘머니게임’ 등을 들 수 있다.

     

    사진=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스틸컷 
    사진=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스틸컷 

    장르물에서 리얼리티가 강해진 이유는 해당 분야 종사자들이 쓰거나 철저한 취재를 통해 현실에 바탕을 둔 직업을 그려내기 때문이다. ‘검사내전’은 김웅 전 부장검사가 썼고, ‘블랙독’도 교직에 3년간 몸을 담았던 박주연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려졌다. ‘스토브리그’는 이신화 작가의 데뷔작으로 자문위원만 18명에 달한다.

    이러한 방식의 시작은 아마 문유석 현직 부장판사가 쓴 ‘미스 함무라비’(2018)일 것이다. 현직판사가 쓰다 보니 현실에 바탕을 둔 풍부한 판결 사례가 나왔다. 하지만 전문 드라마작가와의 협업 없이 촬영해 사건이 나열형이 되는 경향도 있다. 이 경우 ‘드라마 투르기’(Dramaturgie 희곡을 짓는 법)에서 비롯되는 극성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장르물의 유행은 멜로물과 가족극, 사극 위주였던 과거에 비해 욕망과 취향, 라이프 스타일이 훨씬 다양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등장인물들의 욕망이 과거보다 훨씬 다양하고 강하게 꿈틀거린다. 다양한 직업군과 그들 일의 세계에 대한 관심과 함께, 장르물이 자주 방영되는 넷플릭스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유튜브, SNS를 통한 글로벌한 콘텐츠 시청으로 시청자의 눈높이가 올라가는 환경이 구축됐다는 점도 함께 작용하고 있다.

    그러면서 드라마와 영화의 구분도 점점 희미해져 간다. 넷플릭스는 드라마라는 말을 쓰지 않고 오리지널 시리즈라고 한다. 그래서 드라마 속 이야기들이 좀 더 정교해지고 밀도가 높아졌다. 더불어 자기만의 색깔과 목소리를 담아야 한다. 클리셰(진부한 장면이나 판에 박힌 식상한 대화, 상투적이고 전형적인 줄거리와 수법)는 망한다. 과거에는 클리셰가 드라마를 편하게 보게 하는 역할을 했었지만, 지금은 지루해서 못보게 되는 요인이 됐다.

     

    사진=드라마 '스토브리그' 스틸컷
    사진=드라마 '스토브리그' 스틸컷

    ‘스트브리그’에서 남궁민과 박은빈은 사랑하지 않는다. 그게 훨씬 낫다. ‘스토브리그’는 스포츠 드라마는 안된다는 통념을 깨기 위해 오피스 드라마로 제작됐다. ‘머니 볼’이 아니라 ‘미생’처럼 만들어, ‘야잘알’(야구 잘 아는)은 물론 ‘야잘못’까지 공략하는 데 성공했다.

    ‘검사내전’은 다양한 민사소송 등 민생사건과 검사 개개인의 일상은 기본이고, 특별수사단장이 이선웅 검사(이선균)에게 “조직은 살아야지요”라고 말해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합리화되며 진실이 덮어져 버렸는지를 느끼게 하고, “자신(검사조직)의 환부를 도려내겠다는 건 애초에 안 되는 일이었나 봅니다”라는 이션균의 내레이션 같은 민감한 대사도 나온다.

    ‘블랙독’은 기간제 교사의 정규교사되기라는 생존기를 그리면서도, 학교안 융합수업 가능성을 타진하고, 특별반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어쩔 수 없이 자퇴를 택하는 ‘황보통’ 같은 학생을 통해 “지금 현시대 선생님이란 게 무엇일까“라는 묵직한 질문까지 던진다. 이제 대충 취재해 직업 세계를 드라마로 보여주던 시절은 지났다. 헐렁한 드라마는 금세 표시가 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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